양안·신장위구르 '금기' 깼다…중국 발칵 뒤집은 '클럽하우스'

1년 밖에 안된 앱, 중국 정치 체제 뒤흔든다
인권·민주주의…中 아킬레스건 건들자 '화들짝'
'클럽하우스' 차단하자 짝퉁앱 개발하기도
'방화벽', '초대장', '폭로', '다운방법', '신장', '양안'(중국·대만)…
지난 10일 중국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 검색창에 클럽하우스(club house)를 검색하자 이 같은 관련 검색어가 자동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중국 사회에서 언급이 금기시되는 단어들로 꼽힌다.

한 웨이보 이용자는 "간밤에 클럽하우스 양안문제 대화방에서 청년들의 대화가 뜨거웠다"며 "새벽 2시에 방을 나갈 때쯤 대기자만 150명에 달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용자도 "도대체 클럽하우스 '신장' 대화방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냐"며 "너무 듣고 싶어 견딜 수가 없다"고 적었다.
중국에서 클럽하우스 앱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웨이보 캡처

1년 밖에 안된 앱, 중국 정치 체제 뒤흔들다

11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만들어진 쌍방향 소통 음성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 앱이 중국 사회에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1일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이 앱을 통해 라이브 대화에 참여한 이후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며 최근 중국에서도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클럽하우스는 지난해 3월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폴 데이비슨(Paul Davidson)과 구글 출신 로언 세스가 만든 음성 기반 SNS다. 앱 이용자의 초대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실시간 참여만 가능하고 대화 내용을 녹음할 수 없다. 문자·사진·동영상 전송이 안되는 것은 물론, 대화 기록 조차 남지 않아 보안이 확실하고 폐쇄적인 특징이 있다.
중국에서 클럽하우스 앱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웨이보 캡처
이 때문에 최근 중국에서 홍콩·신장위구르 인권 문제부터 양안문제(중국과 대만의 정통성 문제)까지 그간 인터넷 검열에 걸리곤 했던 민감한 주제 대화방들이 잇따라 열리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웨이보에 클럽하우스 관련 태그로 '클럽하우스가 인기 있는 이유' ,'클럽하우스 가입', '클럽하우스 대만' ,'클럽하우스 초대코드', '클럽하우스 차단' 등 다양한 주제들이 생성됐다. 해당 주제들은 수천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만큼 중국 내에서 클럽하우스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는 방증이다.
홍콩보안법 반대를 외치는 시위대를 향해 홍콩 경찰이 최루가스를 살포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인권·민주주의…中 아킬레스건 건들자 '화들짝'

중국에서는 클럽하우스 접근이 제법 까다롭다. 우선 아이폰 운영체제(iOS)로만 이용이 가능하며, 중국 애플 앱스토어에서는 다운로드를 받을 수 없어 이용자들이 별도 해외 앱스토어 계정을 만들어야 한다.

접근이 어려우면서도 예민한 주제를 가감 없이 다루다보니 웨이보에서는 대화방 초대 코드를 얻거나 이용 후기, 다운로드 방법 등을 소개한 글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한 누리꾼은 "클럽하우스 앱에서 중국과 대만, 양안 정부 정통성 문제에 대한 토론을 들었는데 너무 민감하고 정치적인 의견과 정보가 나왔다"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신장 문제 대화방에 들어갔다가 나왔는데 충격적"이라며 "머리가 윙윙 울릴 정도로 아파 잠을 못이뤘다"고 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국제 사회에서 양안과 홍콩 문제에 대해 정치적으로 민감한 모습을 보여왔다. 중국과 대만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 서로 각자가 중국을 대표하는 정통 정부라고 주장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철조망 뒤로 갇혀 있는 홍콩 민주화 운동가 조슈아 웡. 사진=연합뉴스
당시 미국은 중국의 '하나의 중국(대만과 홍콩, 마카오 등은 나뉠 수 없는 하나의 국가)' 원칙을 수용해 대만과 단교를 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이 다시 대만을 중요시하고 있고,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차이잉원이 지난해 대만 총통으로 재선에 성공하면서 중국은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당국은 특히 지난해 여름 홍콩 국가보안법 통과 이후 '대만독립', '홍콩시위' 등에 대해 강력한 검열을 시행 중이다.

신장위구르자치구 문제의 경우 인권 측면에서 중국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그간 미국은 중국이 이슬람계 소수 민족인 위구르족을 감시하고 수용소에 감금해 강제 노동을 시키는 등 인권 탄압을 한다며 비판해왔다. 미중 갈등이 부각될 때마다 단골 소재로 등장한다.

중국은 현재 공식적으로 "내정간섭"이라며 신장 인권 탄압 문제를 부인하고 있다.

'클럽하우스' 차단하자 짝퉁앱 개발하기도

웨이보 이용자들의 후기를 종합하면 현재 클럽하우스에는 '대만 독립', '홍콩 보안법' 등과 같은 민감한 토론방이 상당히 많다.

지난해 중국 당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존재를 외부에 알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리원량 의사와 관련된 대화방도 개설된 것으로 알려졌다. 리원량은 중국 당국으로부터 유언비어 유포자로 몰린 뒤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했다. 중국·홍콩·대만 교류를 다룬 '양안 청년 토론' 대화방은 4000명이 몰리기도 했다.

클럽하우스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앱 가입에 필요한 가입자 초대 코드를 얻는 방법 등을 소개한 동영상 강좌가 8888위안(약 154만원)에 인터넷 쇼핑몰 타오바오에 올라오기도 했다. 또 클럽하우스 초대 코드가 적게는 수십위안부터 500위안(약 8만6000원)까지도 팔리고 있다.

한 웨이보 이용자는 "클럽하우스를 통해 양안문제에 대해 그동안 하지 못했던 현실적인 토론을 들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이용자는 "지금 클럽하우스에 많은 신장위구르 문제에 대한 대화방이 있어 (중국 현지에서 클럽하우스 이용이)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 당국은 최근 클럽하우스앱을 차단했다. 사진=웨이보 캡처
실제 중국 당국은 지난 8일부터 중국 본토의 클럽하우스 이용을 차단했다. 중국은 사회주의 체제를 채택하고 있어 서구 민주주의 사상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것을 체제 존속의 중대한 위협으로 간주한다. 이에 따라 자유로운 토론이 가능한 클럽하우스를 비롯해 페이스북·인스타그램·유튜브 같은 미국의 SNS는 '만리방화벽'으로 차단하고 있다.

클럽하우스 앱이 막히자 최근에는 중국판 '클럽하우스' 앱 등장이 예고됐다. 지난 9일 스마트폰 제조업체 창업자 뤄용하오(罗永浩)는 웨이보에 "내가 아는 것만 해도 10여개 회사가 클럽하우스 앱을 카피하고 있다"며 "춘절(설) 연휴에도 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다만 현지 전문가들은 해당 앱들이 중국 당국의 검열을 피할 수 없는 만큼, 원조 클럽하우스만큼의 인기를 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