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규제 리스크'…그 틈새 파고든 핀터레스트·스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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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독점 규제에 대안 플랫폼 뜬다아마존, 알리바바 등 대형 플랫폼 기업들은 승자독식 구조를 만들며 고속성장했다. 시장을 장악하는 순간 모든 고객을 독차지한다는 전략이다. 이런 기대를 바탕으로 주가도 랠리를 이어왔다. 하지만 이들의 시장 점유율 확대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최근 각국 정부가 반독점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과거와 같은 문어발식 확장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이 틈을 타고 중소형 플랫폼이 약진하고 있다. 페이스북 대항마로 부상한 핀터레스트와 스냅, 알리바바 저격수가 된 핀둬둬(PDD)와 다다넥서스가 대표적이다.
제동 걸리는 빅테크
중소 플랫폼 반사이익
주가 상승률도 '역전'
주가 상승률 빅테크 압도
모바일 메신저 스냅챗을 운영하는 스냅 주가는 연초 이후 24.9%(현지시간 12일 기준) 상승했다. 최근 1년간으로 보면 세 배 넘게 올랐다. 이미지 공유 플랫폼인 핀터레스트도 올해 23.5% 올랐다. 경쟁사인 페이스북 주가는 같은 기간 0.58% 상승에 그쳤다. 쇼핑 플랫폼 쇼피파이도 연초 이후 33.2% 올랐다. 이커머스 1위 아마존 상승률(2.89%)의 열 배가 넘는다.중국도 비슷하다. 최근 1년간 알리바바가 21.4% 오를 때 핀둬둬는 430% 급등했다. 올해 상승률도 17.9%에 달한다. 신선식품 배송 플랫폼인 다다넥서스도 올해 18.9% 상승했다. 나스닥에 상장한 러시아 2위 이커머스 업체 오존은 올해만 44.8% 올랐다.
정용제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플랫폼 산업은 대형 업체들이 모든 파이를 가져갈 것으로 전망됐지만 실제 현상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며 “특수한 경쟁력을 가진 중소형 플랫폼이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고, 이런 트렌드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강화되는 반독점 규제
중국에서 핀둬둬와 다다넥서스가 주목받는 이유는 알리바바에 대한 규제 때문이다. 그동안 알리바바는 입점 상인들에게 ‘양자택일’을 강요해왔다. 자사 쇼핑몰인 타오바오나 티몰에 입점하는 업체들은 경쟁사 입점을 못하게 막았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이런 행위를 금지하는 ‘플랫폼 경제 독점금지법 지침’을 발표하면서 알리바바의 확장에 제동이 걸렸다.미국에서도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반독점 정책을 총괄하는 ‘반독점 차르’ 자리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에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보호막으로 여겨졌던 통신품위법(CDA) 230조를 개정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CDA 230조는 사용자들이 올린 콘텐츠에 대해 소셜미디어에 법적 책임을 묻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규제는 대형 플랫폼의 확장성 둔화와 수익성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CNBC에 따르면 CDA 230조 폐지로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업체도 페이스북과 트위터다. 정 연구원은 “쏟아지는 규제를 맞는 대형 플랫폼보다는 중소형 플랫폼이 유망하다”고 내다봤다.
독특한 서비스와 혜택
중소형 플랫폼들이 반독점 규제 반사이익으로만 주목받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대형 플랫폼과는 차별화된 서비스와 혜택으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핀터레스트는 페이스북이 운영하는 인스타그램과 같은 이미지 공유 플랫폼이지만 3040대 ‘엄마’들을 핵심 사용자로 두고 있다. 스냅은 메시지를 읽으면 자동으로 삭제되는 기능 덕분에 10대와 20대 초반의 필수 앱이 됐다. 핵심 고객이 뚜렷해지자 두 업체는 타게팅 광고를 원하는 광고주 사이에서 각광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작년 4분기 스냅과 핀터레스트 매출은 각 76%, 62%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페이스북 매출 증가율(33%)의 두 배에 달한다. 두 업체는 지난 1년간 주가가 세 배 이상 급등했지만 올해도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이 분석이다.소상공인 이커머스 유망
이커머스에서는 중소 판매자들을 돕는 플랫폼이 유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 세계적으로 중소 판매자와 상공인을 지원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주지역에서는 쇼피파이가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쇼피파이는 자체 이커머스 플랫폼이 없는 중소 오프라인 판매자들에게 온라인 쇼핑몰을 구축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중국에서는 핀둬둬가 유망주다. 중소 상공인이 주로 입점한 핀둬둬는 판매자에게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대신 광고와 마케팅으로 수익을 낸다. 주요 고객층은 중국 중소 도시에 있는 저소득층이다. 초저가 전략이 먹혔다. 이용자는 작년 3분기 기준 7억3100만 명까지 불어났다. 알리바바 타오바오와 티몰 사용자인 7억5700만 명에 맞먹는 규모다. 시가총액은 최근 1년간 주가가 다섯 배 넘게 오르면서 삼성전자 절반 수준인 2327억1000만달러(약 258조원)로 불어났다. 중국 1위(점유율 약 20%) 신선제품 배달 플랫폼 다다넥서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직영점 위주의 알리바바와 달리 9만여 개의 슈퍼마켓과 제휴해 배송하는 것이 특징이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