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우리 법안이 정부 최종안"…'플랫폼 규제' 주도권 다툼

플랫폼 규제 놓고 공정위 방통위 신경전 계속
사진=연합뉴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네이버, 구글 등 플랫폼 기업의 갑질을 막기 위해 공정위가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에 대해 “정부에서 마련한 단일하고 합의된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방송통신위원회는 ‘중복규제’를 이유로 방통위 주도의 별도 입법을 계속 추진 중이다. 온라인 플랫폼 규제 주도권을 놓고 부처 간 샅바싸움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조 위원장은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공정위의 온라인 플랫폼법은) 모든 이해관계자 조정을 거쳐 채택된 정부의 최종안”이라며 “국회 논의 과정에서의 무게감도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통위가 플랫폼 규제 주도권을 놓고 공정위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다. 공정위는 작년 9월 온라인 플랫폼법을 입법예고했다. 기존 가맹점법 등으로 규제하기 힘든 갑질 사각지대를 없애 플랫폼 공룡의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를 규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전기통신사업법과 중복규제 우려가 있다는 방통위의 이의제기로 진통을 겪어 왔다. 이후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온라인 플랫폼 관리 주체를 방통위로 규정하고 규제 강도를 더 높인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과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동시에 발의했다.

공정위와 방통위의 신경전이 계속되자 정부의 규제개혁위원회는 공정위 법안을 통과시키고, 향후 국회 논의과정에서 조율된 내용을 사후 보고해달라고 부대의견을 달았다. 이후 논란이 계속돼 청와대, 국무조정실까지 나서 조율한 끝에 공정위 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하기로 했다.

공정위 안은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입점업체와 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하고, 플랫폼 사업자를 사후적으로 제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제적 이익 제공을 강요하거나 손해를 떠넘기는 행위, 경영활동 간섭, 보복조처 등을 금지한 게 대표적이다. 또 △상품 또는 용역을 구입하도록 강제 △손해 전가 △금전·물품·용역 등 경제상 이익을 제공하도록 강요 △거래조건을 설정 또는 변경하거나 불이익 제공 △영영할동 간섭하는 행위 등도 금지토록 했다. 조 위원장은 “여러 부처와 협의 의견을 거쳤고, 이해관계자들과 12번의 간담회도 가졌다”며 “이를 통해 법안 내용을 수정하는 등 의견수렴 과정을 충분히 거쳤다”고 설명했다. 방통위가 제기하고 있는 중복규제 우려에 대해서는 “중복규제였다면 규제개혁위원회와 법제처의 심사를 넘어설 수 없었을 것”이라며 “공정위가 만든 법안을 다른 곳에서 낸다면 그것이 중복되는 것이지 공정위 법안은 중복규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전 의원 안은 방통위를 온라인 플랫폼 규제 주체로 규정하고 있다. 검색순위 조작 등 플랫폼 갑질 금지에 초점을 맞추면서 공정위 안보다 사전규제의 성격이 더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법에서 플랫폼 사업자는 △서비스 이용 제한 등에 대해 이용자에게 미리 통지할 것 △이용자가 플랫폼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정보를 부당하게 이용하지 말 것 등의 의무를 진다.

또 규모가 큰 플랫폼 사업자는 △검색결과, 추천 등 노출 순서나 방식을 결정하는 기준을 공개할 것 △이용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을 하지 않을 것 △적정한 수익배분 거부, 거래상대방 제한 등을 금지할 것 등의 내용도 담겼다. 전 의원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는 망 이용에 있어 △통신사뿐만 아니라 콘텐츠 기업도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건 등을 부당하게 부과하지 않을 것 △망 이용계약에 있어 계약체결을 부당하게 거부하거나 체결된 계약을 정당한 사유없이 미이행하지 않을 것 등의 내용이 담겼다.최난설헌 연세대 교수는 “공정위 안이 거래상 지위남용 억제에 방점을 둔 사후규제의 성격이라면, 전 의원 안은 불공정 이슈에 대해서 사전적으로 규제하는 내용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전 의원 안에는 국외 사업자도 규제하는 내용이 담겼다”며 “공평한 규제도 중요하지만, 실현이 가능한지 여부도 따져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조 위원장은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 외에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혐의를 받는 구글에 대한 심사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공정위는 2016년부터 구글이 삼성 등 스마트폰 제조사가 구글과 경쟁하는 운영체제(OS)를 탑재하는 것을 방해하고, 국내 게임회사가 자사 앱 마켓인 ‘플레이스토어’에만 앱을 출시하도록 강요한 혐의에 대해 조사해왔다. 이 가운데 경쟁 OS 탑재 방해 혐의에 대한 전원회의가 올 상반기 중 열릴 전망이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