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發 이별로···더 아픈 요양환자들의 명절

지난해 3월 대전보훈요양원을 찾은 면회객이 코로나19 감염 예방차원에서 창문 너머로 면회하고 있다. /사진=뉴스1
"창문으로나마 얼굴을 살짝 뵐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병원엔 가야죠. 명절인데 그 앞에서 화상통화라도 해야 마음이 편하겠어요.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요양원 및 요양병원에 장기간 면회가 금지되자 일부 환자가족들은 "명절인데 비접촉 면회라도 허용하게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요양원 및 요양병원은 거리두기 2.5단계 이상의 경우 화상통화 등 비대면 방식으로만 만남이 가능하다. 수도권은 명절 마지막 날인 14일까지 2.5단계, 비수도권은 2단계가 유지되기 때문에 수도권에서는 설 연휴에도 요양병원 환자들과 만남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환자단체 등에 따르면 비대면 조치가 길어지자 수도권 요양병원은 비대면 면회장을 설치하거나 로비에 있는 유리창을 두고 비접촉 면회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수도권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 접어들면서 이 마저도 제한됐다.

유리창 면회도 불가, 이별 앞당긴 코로나19

뇌경색으로 요양병원에 입원한 부친을 1년째 보지 못했다는 성모씨(57)는 아버지가 자식들로부터 버림받았다고 생각할까봐 매일밤 잠을 설친다고 했다. 그는 "작년 초에는 (아버지를) 휠체어 태워서 로비로 모셔오면 유리문으로 얼굴보면서 통화도 했는데 그것도 못한지 몇달됐다"며 "화상통화도 요양보호사 통해서 몸 일으켜 세우는 등 절차가 있어서 일주일에 한두번 이상은 못한다"고 했다.

직장인 심모씨(28)도 병상에 계신 할아버지를 1년 반 동안 마주하지 못했다. 그는 "할아버지댁에서 세배하던 예전 명절이 그립다"며 "할아버지를 뵐 기회가 없으니 친척들끼리도 잘 모이지 않아 지난 추석도 이번 설도 명절이 계속 쓸쓸하다. 갇혀계시는 할아버지는 얼마나 외로우실지 생각만해도 속상하다"고 했다.

해외에 사는 가족은 더욱 험난한 실정이다. 미국에 거주하는 김모씨(58)는 지난 연말 요양병원에 있는 모친을 만나기 위해 코로나19 검사를 3번 받아야 했다.그는 "귀국 후 한번, 2주 자가격리 후 한번, 그리고 검사 당일만 유효하다고 해서 엄마를 보러가기 직전 한번 더 받았다"며 "세번의 검사를 받고도 엄마의 손 한번 잡지 못하고 유리창 너머로 고작 20분을 봤다"고 했다.

혹시 모를 위험 차단해야...일각선 '과도하다' 지적

정부 및 방역당국은 요양병원에서 대규모 집단감염 사태가 벌어진만큼 확실히 위험을 차단하는게 차선이라는 취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비대면 만남조차 막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장인 송모씨(30)는 "코로나19가 언제까지 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면화자가 검사를 받고도 만나지 못하게 하는건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통화로 하라고 하지만 요양병원에 계신 분들중에 그렇게 소통가능한 분이 몇이나 있겠나. 할머니가 치매를 앓고 계신데 이렇게 계속 못보면 우리를 알아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서울의 한 요양병원 원장은 "장기간 단절이 지속되면 환자들이 정서적으로 우울감이 심화되고 불안정해질 위험이 크다"고 했다.

손덕현 대한요양병원협회장은 "우리 병원은 비수도권에 있어 명절을 맞아 비접촉면회를 준비했는데 하루 만에 명절 기간 동안 최대로 할 수 있는 면회 수가 마감됐다"며 "만남에 대한 절실함이 느껴졌다"고 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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