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매각…사업 접는 패션브랜드 수두룩
입력
수정
지면A22
칼바람 부는 패션업계패션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매출이 급감하면서 사업을 중단하거나 기업회생절차를 밟는 곳이 늘고 있다. 야심차게 한국에 진출했던 해외 브랜드도 줄줄이 철수하고 있다.
에스카다·알도 국내사업 손 떼
구두·여성복 브랜드 '직격탄'
"연내 수십곳 더 문닫을 것"
10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사업 철수를 결정한 브랜드는 △슈트 ‘까날리’ △캐주얼 ‘아메리칸 이글 아웃피터스’ △핸드백 ‘훌라’ △여성복 ‘에스카다’ △슈즈 ‘알도’ △주얼리 ‘드비어스’ 등 20곳에 달한다.
롯데지에프알은 최근 독일 명품 브랜드 ‘아이그너’와 이탈리아 핸드백 브랜드 ‘훌라’에 대해 브랜드 수입 중단을 결정했다. 매출이 급감하자 더 이상 적자를 유지하면서까지 사업을 이어갈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회사는 올해 말에 계약 기간이 종료되는 ‘콜롬보노블파이버’ 사업도 연장하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카다코리아도 한국 진출 22년 만인 지난해 말 지사 문을 닫았다. 이 회사는 독일 여성복 브랜드 ‘에스카다’를 수입 판매해온 현지 법인이다. 이 밖에 캐나다 신발 브랜드 ‘알도’는 국내 진출 9년 만에 사업을 접었고 예물로 유명한 명품 주얼리 브랜드 ‘드비어스’도 사업을 중단한 상태다.특히 구두 브랜드들이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거리두기가 계속되면서 정장 구두를 신을 일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명품 슈즈 브랜드 ‘세르지오 로시’, 브라질 슈즈 브랜드 ‘슈츠’, 미국 프리미엄 슈즈 브랜드 ‘스튜어트 와이츠먼’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국내 판매 사업을 접고 운영 중이던 매장도 닫았다.
잘되는 사업에만 집중하기 위해 브랜드 매각에 나선 기업도 많다. 이랜드그룹은 ‘미쏘’ ‘로엠’ 등 여성복 사업부 전체를 매물로 내놨다. KD데니스패션의 ‘데니스골프’도 브랜드 매각을 추진 중이다. 앞서 신세계인터내셔날이 남성복 ‘코모도’를,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스포츠 브랜드 ‘빈폴스포츠’의 사업 중단을 결정했다.
회사가 경영난에 처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는 사례도 나온다. 이탈리아 스포츠 브랜드 ‘카파’를 운영하는 카파코리아는 작년 말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성창인터패션, 예진상사 등도 모두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다.패션업계 관계자는 “많은 기업이 재고 부담에다 현금 부족으로 신상품 개발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연내 수십 개 브랜드가 문을 닫을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