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공'부터 '마트 알바'까지…코로나 설 맞는 취준생

서울시내 대학 취업게시판에 취업정보가 붙어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취업 빙하기에 취업준비생들은 ‘나홀로 명절’을 보내고 있다. 생활비가 부족한 일부 취준생들은 명절 단기 알바에도 뛰어들었다.

“귀성하다 코로나 걸리면 시험 못 치러”

2년차 취업준비생 박한솔씨(26)는 이번 설 연휴에 귀성 대신 스터디카페로 향했다. 연휴 내내 문을 여는 스터디카페에서 자기소개서와 NCS 모의고사를 풀었다. 어학원에서 진행하는 설 무료 토익 특강도 들었다. 박씨는 “가족한테 가지 않지만 주변의 취준생 친구들과 함께 해서 외롭진 않다”고 말했다.취준생들은 정부의 모임 자제령이 내심 반갑다. 정부는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를 설 연휴가 끝나는 오는 14일까지 유지키로 했다. 3년째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허모씨(29)는 “친척들로부터 ‘코로나19 때문에 취업 힘들지’라는 걱정과 위로를 받는 것도 싫다”며 “간단히 안부 인사만 하고 스터디카페나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카페, 도서관도 가지 않는 ‘집콕족’ 취준생도 혼자 설을 맞는다. 귀성 중 코로나19 감염자와 접촉했다가 자칫 공채 시험이나 자격증 시험을 놓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집안에서 웹캠과 화상회의 앱을 켜고 공부하는 모습을 공유하는 ‘캠스터디’를 한다. 공부하는 타인의 모습을 보며 자극을 받을 수 있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취업준비생 이모씨(25)는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집에서만 공부하는데 나태해질 수 있어서 온라인 스터디를 하고 있다”고 했다.

생활비 부족한 취준생은 단기 알바

생계에 쪼들리는 일부 취준생들은 연휴를 활용해 단기 알바를 구했다. 김모씨(26)는 “취업 준비를 하면서 학원비, 책값 등으로 돈이 나가는데 매번 부모님께 손만 벌리기가 죄송스러워서 마트 알바를 구했다”며 “주변 취준생들도 ‘대타 알바’를 뛰려는데 알바 자리 자체가 워낙 적어서 대타 알바도 구하기 쉽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털어놓았다.실제로 10명 중 7명 이상의 취준생은 설날 연휴 동안 아르바이트를 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은 직장인·취준생·대학생 12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72.5%가 이번 설 연휴에 ‘아르바이트 계획이 있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취준생은 해당 답변 비율이 74.8%였다. 연휴에 아르바이트를 하려는 이유는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66.0%, 복수응답)’가 1위였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