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발니 최측근에 사전구속영장…"미성년자 시위 참여 조장"(종합)

부인은 독일로 도피…푸틴 "마크롱에 나발니 수사 공조 제안했지만 거부당해"

독일에서 독극물 중독 증세 치료를 받고 귀국한 뒤 수감된 러시아 야권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최측근에게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됐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모스크바 바스만니 구역 법원은 10일(현지시간) 나발니의 지역본부 네트워크 팀장 레오니트 볼코프에 대해 수사당국이 청구한 사전구속영장을 허가했다.
볼코프는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지난달 하순 나발니 석방을 촉구하는 비허가 시위에 미성년자들이 참여하도록 호소해 그들의 건강이 위험에 처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러시아 당국은 당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위험을 이유로 시위를 불허했다. 국제수배 대상에 올라있는 볼코프는 현재 발트 3국의 하나인 리투아니아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볼코프가 러시아에서 체포되거나 외국에서 러시아로 추방되는 시점부터 2개월간 구속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한편 나발니의 부인 율리야는 이날 독일 프랑크푸르트암마인으로 출국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이 전했다. 당국의 체포를 피해 해외로 도피한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 정부 고위 인사들의 부정부패를 줄기차게 고발해온 '푸틴 정적' 나발니는 지난해 8월 국내선 여객기에서 중독 증세로 쓰러져 독일 베를린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은 뒤 지난달 17일 귀국했으나 공항에서 곧바로 체포돼 구속됐다.

그는 뒤이어 지난 2014년 사기 사건 관련 집행유예 판결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판에서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나발니와 지지자들은 야권 운동가에 대한 사법 절차가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하며 지난달 23일에 이어 31일에도 잇따라 그의 석방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전국적으로 벌였다.

나발니는 독극물 중독 사건도 러시아 정보기관이 기획한 자신에 대한 암살 시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독일 전문가들도 나발니가 옛 소련 시절 개발된 군사용 신경작용제 '노비촉' 계열 독극물에 중독됐다고 발표했으나, 러시아 정부는 이 같은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자국 언론사 편집인들과의 면담에서 나발니 중독 사건 규명과 관련 서방에 공조를 제안했지만, 독일과 프랑스 등이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푸틴은 나발니 중독 사건 직후 이루어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첫 전화통화 내용을 소개하면서 마크롱에게 러시아 전문가들이 유럽으로 가서 외국 동료들과 함께 나발니에게서 채취한 검체에 독극물 성분이 있는지를 분석하겠다고 제안했었다고 전했다.

동시에 전문가들이 나발니의 중독을 증명하는 뭔가라도 찾아내면 러시아는 반드시 수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약속했었다고 소개했다.

푸틴은 또 다른 공조 방안으로 서방 전문가들이 러시아로 와서 그들이 가지고 온 나발니 검체를 함께 분석하는 것도 제안했지만 마크롱이 거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협력할 준비가 돼 있었지만 프랑스나 독일 어디로부터도 우리의 제안에 대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