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차린 설 차례상'…서울 곳곳 시민사회단체 합동 차례

코로나 영향으로 전통문화 행사장은 한산
"서울역에서 올해 설 차례를 지내게 될지 몰랐습니다.설이 지나면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코레일네트웍스와 철도고객센터지부 비정규직 노동자 10여명은 12일 설을 맞아 서울역 안 농성장에 차례상을 차렸다.

이들은 자회사 전환 후 동료 226명이 계약만료로 해고됐다며 오늘로 96일째 '총파업 농성'을 벌이고 있다.

코레일네트웍스는 주요 역 매표와 광역철도 역무·철도고객센터 상담 업무 등을 맡는 코레일의 자회사다.농성 참가자들은 '비정규직 인제 그만'이라고 쓰인 글을 차례상 앞에 두고 두 번 절했으며, 차례를 마친 후 시민들과 술과 음식을 나눴다.

집에 있는 가족들과 영상통화로 새해 인사를 주고받는 이들도 있었다.

서재유 코레일네트웍스 노조 지부장은 "더는 해고 없는 명절이 되길 원한다"며 "올해 추석은 안전한 일터로 돌아가 맞을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서울시청 앞에서는 전국철거민협의회(전철협) 주최로 도시 개발 과정에서 사망한 철거민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합동 차례상이 차려졌다.

전철협 관계자 7명은 "더이상 피해받는 철거민이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며 차례상 앞에서 조용히 절을 올리거나 고개 숙여 추모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수하물 처리와 기내 청소를 맡는 하청업체인 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들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올해 복직이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차례를 지냈다.이들은 코로나19를 이유로 기한이 없는 무급휴직을 강요받다 해고돼 노동청 앞에서 복직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도 설 맞이 전통문화 체험행사가 서울 곳곳에서 열렸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으로 참가자 수는 적었다.

이날 서울 중구 남산골 한옥마을에는 '명랑소설'이라는 주제로 제기차기, 궁중 투호, 윷점 풀이 등 다양한 행사가 마련됐으나, 이날 오전 10시께 방문객은 11명에 불과했다.

경기도 성남시에서 왔다는 강모(47)씨는 '소원성취 우체국'에서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와 함께 노란색 종이에 소원을 적어 넣었다.

강씨는 "고향이 대구인데 코로나19로 올해 처음 귀향하지 않게 됐다"며 "자녀와 함께 한옥마을을 찾아 아프지 않고 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소원을 빌고 있다"고 말했다.
운현궁에서도 제기차기, 윷놀이 등 등 전통 민속놀이를 체험할 수 있는 '운현궁 설날 큰 잔치' 행사가 열렸지만, 이곳을 찾은 시민들은 거의 없었다.

민속놀이 물품들은 가지런히 정리돼 있었고 체험 부스에는 행사 안내원들만 앉아서 방문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운현궁 관계자는 "코로나19 탓인지 예상보다도 사람이 적다"며 "오전에 수십 명 정도가 가볍게 둘러보고 떠났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