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반년인데 얼굴 한번 못 봐…신인 아이돌·팬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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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소통 한계…'유대감' 형성 어려워 충성도 약할 우려 "'아이랜드'를 방영할 때부터 열성 팬이었는데, 엔하이픈으로 데뷔한 뒤에도 얼굴 한번 직접 못 봤어요. 보통 때라면 음방도 뛰고 사인회도 다녔을 텐데…"(대학생 이모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에도 수많은 신인 아이돌그룹이 쏟아져나왔다.
엔하이픈, 트레저, 크래비티 등 대형 기획사에서 내놓은 보이그룹들은 당시 신인 그룹으로 최다 앨범 판매량을 기록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에스파, 위클리 등 걸그룹들 역시 나름의 팬덤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과거 신인 그룹이 음악방송이나 팬 사인회 현장에서 팬과 교감하던 것과 달리 온라인을 통해 팬들과 소통을 시도했다.
영상 통화 이벤트, 브이 라이브, 온라인 공연, 자체 제작 예능 등 기존에 부수적으로 여겨지던 '비대면' 방식의 콘텐츠를 팬들과의 주요한 만남 경로로 활용했다.
그러나 이런 비대면 소통은 질적으로 탄탄한 유대감 이른바 '라포르'(rapport)를 형성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이돌의 국내 코어 팬들은 주로 현장에 가서 이들을 응원하며 친근감을 쌓고 팬들 간에도 끈끈함을 확인하는데, 온라인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는 이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신인 그룹은 앨범 두어 장 내외에서 공고한 팬덤을 쌓아야 5∼6년 활동을 무난히 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며 "그러나 지금은 대면 행사를 할 수 없다 보니 팬들로선 만족도가 확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신인 그룹을 내놓은 기획사들도 팬덤의 '내실'을 놓고 고민하는 분위기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팬들은 데뷔 초기부터 아티스트 스케줄을 따라다니면서 '내가 키웠다'는 뿌듯함을 느끼고, 결집력 또한 상당하다"면서 "피부로 느끼는 공통의 경험이 없다 보니 이전에 나온 그룹들보다 충성도가 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팬들을 직접 눈으로 보지 못한 아티스트 입장에서도 인기를 체감하지 못해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음악방송이나 시상식 등에 출연한 신인 그룹들이 "빨리 팬들과 만나고 싶다"고 한목소리로 말하는 이유다.
실제 팬들 앞에서 하는 생방송 무대 등을 통해 경험을 쌓고 이를 토대로 음악적 역량도 키워가야 하지만 이것 역시 코로나19 시대에서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또 다른 기획사 관계자는 "아이돌들은 팬들이 현장에서 내뿜는 에너지를 먹고 성장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화상으로 팬들의 응원을 받는 것도 감사해하지만, 소수의 팬이라도 직접 만나고 싶은 게 신인들의 솔직한 심정"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소규모의 오프라인 공연만이라도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코로나19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고, 정부의 거리두기 지침이 유독 대중음악 분야에만 엄격하다는 비판도 계속해서 쏟아진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스트리밍 공연을 할 때 소규모라도 아티스트와 관객이 직접 만날 수 있도록 온·오프라인을 병행해야 한다"며 "비록 소수라고 해도 아티스트가 심리적으로 느끼는 차이는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민재 평론가 역시 "뮤지컬 등 다른 문화 공연이 거리두기 좌석제를 이용해 정상적으로 열리는 만큼 방역 당국이 대중음악 공연에도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에도 수많은 신인 아이돌그룹이 쏟아져나왔다.
엔하이픈, 트레저, 크래비티 등 대형 기획사에서 내놓은 보이그룹들은 당시 신인 그룹으로 최다 앨범 판매량을 기록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에스파, 위클리 등 걸그룹들 역시 나름의 팬덤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과거 신인 그룹이 음악방송이나 팬 사인회 현장에서 팬과 교감하던 것과 달리 온라인을 통해 팬들과 소통을 시도했다.
영상 통화 이벤트, 브이 라이브, 온라인 공연, 자체 제작 예능 등 기존에 부수적으로 여겨지던 '비대면' 방식의 콘텐츠를 팬들과의 주요한 만남 경로로 활용했다.
그러나 이런 비대면 소통은 질적으로 탄탄한 유대감 이른바 '라포르'(rapport)를 형성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이돌의 국내 코어 팬들은 주로 현장에 가서 이들을 응원하며 친근감을 쌓고 팬들 간에도 끈끈함을 확인하는데, 온라인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는 이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신인 그룹은 앨범 두어 장 내외에서 공고한 팬덤을 쌓아야 5∼6년 활동을 무난히 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며 "그러나 지금은 대면 행사를 할 수 없다 보니 팬들로선 만족도가 확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신인 그룹을 내놓은 기획사들도 팬덤의 '내실'을 놓고 고민하는 분위기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팬들은 데뷔 초기부터 아티스트 스케줄을 따라다니면서 '내가 키웠다'는 뿌듯함을 느끼고, 결집력 또한 상당하다"면서 "피부로 느끼는 공통의 경험이 없다 보니 이전에 나온 그룹들보다 충성도가 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팬들을 직접 눈으로 보지 못한 아티스트 입장에서도 인기를 체감하지 못해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음악방송이나 시상식 등에 출연한 신인 그룹들이 "빨리 팬들과 만나고 싶다"고 한목소리로 말하는 이유다.
실제 팬들 앞에서 하는 생방송 무대 등을 통해 경험을 쌓고 이를 토대로 음악적 역량도 키워가야 하지만 이것 역시 코로나19 시대에서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또 다른 기획사 관계자는 "아이돌들은 팬들이 현장에서 내뿜는 에너지를 먹고 성장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화상으로 팬들의 응원을 받는 것도 감사해하지만, 소수의 팬이라도 직접 만나고 싶은 게 신인들의 솔직한 심정"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소규모의 오프라인 공연만이라도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코로나19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고, 정부의 거리두기 지침이 유독 대중음악 분야에만 엄격하다는 비판도 계속해서 쏟아진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스트리밍 공연을 할 때 소규모라도 아티스트와 관객이 직접 만날 수 있도록 온·오프라인을 병행해야 한다"며 "비록 소수라고 해도 아티스트가 심리적으로 느끼는 차이는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민재 평론가 역시 "뮤지컬 등 다른 문화 공연이 거리두기 좌석제를 이용해 정상적으로 열리는 만큼 방역 당국이 대중음악 공연에도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