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쿠팡은 무엇으로 살 것인가'에 대한 김범석의 해답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김범석 쿠팡 대표
"쿠팡의 고객이 모든 것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이사회 의장)가 뉴욕증시 직상장을 공식화하며 밝힌 그의 ‘비전’이다. 많은 이들이 의심했던 질문, ‘쿠팡은 무엇으로 돈을 벌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그는 단순하지만, 묵직한 답을 내놓은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건(향후엔 서비스까지?)’을 최첨단 물류 시스템을 활용해 가장 빠르게, 더 나아가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가져다 주겠다는 것이 김 의장이 창업 후 10년 만에 공개한 뉴욕 직상장을 위한 ‘출사표’다.

당초 나스닥에 상장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쿠팡은 뉴욕증시 입성을 택했다. 오랜 준비 끝에 미증권거래위원회(SEC)의 까다로운 관문을 넘었다. 아직 공모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월스트리저널, CNBC 등 미 유력 언론들은 500억달러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약 2년 전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나스닥 상장을 가정하고 300억달러를 예상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쿠팡에 대한 미국 투자자들의 관심을 가늠할 수 있다.쿠팡의 잠재력에 관해선 수많은 논란이 있었다. 핵심은 '돈을 벌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쿠팡은 2010년 설립 직후 매년 성장을 거듭했다. 2019년 매출은 7.2조원에 달했다. 전년 대비 64% 성장한 수치다. 지난해에도 매출이 40% 이상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쿠팡은 '매년 적자'라는 오명을 써왔다. 이에 대해 쿠팡 핵심 관계자들은 "계획된 적자"라고 맞섰다.

김범석 의장이 적자 논란에도 불구하고, 뉴욕 직상장을 현실로 만든 것은 지난 10년 간 쿠팡이 한국에서 쌓아 온 최첨단 물류와 결합한 전자상거래 기업으로서의 잠재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김 의장은 "쿠팡은 창업 이래 처음 내렸던 대담한 결정, 다시 말해 테크놀로지와 로지스틱스를 결합한 우리만의 네트워크를 건설하는 것에서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지금껏 달려왔다"며 "아직 우리가 꿈꾸는 세상을 모두 실현하기엔 턱없이 부족하지만 모두가 궁금해 할 그 세상을 만들기 위해 쉼없이 달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이 공개한 쿠팡의 새로운 비밀 병기는 '그날 배송'이다. 김 의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어떤 학생이 월요일에 필요한 물건을 주문한다고 가정해보죠. 지금의 새벽배송으로는 화요일 아침에 도착할 겁니다. 문제는 그 학생이 화요일 아침에 학교에 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 수요일이나 돼야 그 학생이 원하는 문구를 쓸 수 있는 셈이죠. 이래선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일 필요한 물건은 그 날 받아볼 수 있도록 배송의 속도를 높이겠다는 것이 쿠팡의 전략이다.김 의장은 ESG(환경·사회적가치·지배구조)의 실현이 또 다른 쿠팡의 비전임을 명확히 했다. 김 의장은 "우리의 고객들이 환경을 해친다는 죄의식 없이 쿠팡에서 온라인 구매를 할 수 있도록 기술 개발에 매진했고, 우리는 해법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약 75% 이상의 공정에서 종이 박스 패킹이 필요하지 않도록 물류 시스템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쿠팡은 에코 백(eco-back)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쿠팡 차량이 물류센터를 나갈 때는 고객에게 배송할 물건을 가득 싣고 가고, 돌아올 때는 에코백을 수거해서 오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 동안 쿠팡의 비즈니스 모델과 관련해 많은 전문가들은 쿠팡이 아마존 방식을 따를 것으로 추측했다. 온라인 책 판매로 시작해 리테일 산업에 뛰어들며 아마존은 자신만의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를 기반으로 클라우드 서비스(AWS), 광고, OTT 등의 다양한 영역으로 진출했다. AWS는 아마존을 흑자로 전환시킨 효자로 꼽힌다.이 같은 관점에서 쿠팡도 아마존처럼 다양한 서비스를 전자상거래 플랫폼 위에 얹을 것으로 예측됐다. 작년엔 OTT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최근엔 '쿠릉'이라는 브랜드로 중고차 거래 시장에도 뛰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대해 쿠팡 관계자는 "쿠팡이 추구하는 사업의 본질과는 동떨어진 얘기"라고 일축했다.

쿠팡이 50조원을 웃도는 자금을 물류 확장에 쏟아붓겠다고 밝힘으로써 CJ대한통운 등 기존 물류 사업자들은 창립 이래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를 만나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쿠팡은 3자물류를 위한 라이선스를 받은 바 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