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예멘 반군 테러 조직 지정 철회…'인도주의적 위기' 감안

블링컨 국무장관 성명…트럼프 전 행정부 결정 되돌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2일(현지시간) 친(親)이란 성향의 예멘 반군 후티(자칭 안사룰라)에 대한 테러 조직 지정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이날 내놓은 성명에서 "예멘의 끔찍한 인도주의적 상황을 인식한 데 따른 결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테러조직 지정 철회는 오는 16일부터 발효된다.

국무부는 또 후티 지도자 압둘 말리크 알-후티, 아브드 알-칼리크 바드 알-후티, 압둘라 야히아 알-하킴 등 3명 역시 특별지정 국제테러리스트(SDGT) 명단에서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블링컨 장관은 그러나 이들 3명은 예멘의 평화와 안보, 안정을 위협하는 행위와 관련해 계속해서 재무부의 제재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예멘 반군의 행위를 면밀히 지켜보면서 새로운 제재 지정 대상을 파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은 계속해서 안사룰라의 악의적 행위에 대해 현실적으로 남아있을 것"이라며 "안사룰라의 행동과 비타협적인 태도는 갈등과 심각한 인도주의적 희생을 늘릴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앞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임기 마지막 날인 지난달 19일자로 후티 반군을 테러 조직으로 지정했다.

지난해 말 발생한 예멘 남부 아덴공항 폭탄 공격 등 테러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서라고 당시 국무부는 설명했다.

그러나 유엔과 구호단체, 다른 나라 정부는 이같은 테러 조직 지정과 제재가 예멘의 심각한 기근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예멘인 70%가 후티 반군 지배 지역에 사는 만큼 테러 조직 지정으로 인해 주민 지원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지난달 20일 취임한 조 바이든 미국 신임 대통령은 예멘 내정 종식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무기 판매를 포함해 사우디아라비아 주도 군사작전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히는 한편, 베테랑 외교관인 티모시 린더킹 국무부 차관보를 '예멘 특별대사'로 임명했다.

후티 반군은 2014년 말 시아파 맹주인 이란을 등에 업고 내전을 일으켰다.

이에 수니파 맹주 사우디아라비아가 다른 걸프국가들과 연합군을 조직해 개입, 내전은 양 맹주 간 대리전으로 치달았다.

2015년 내전이 본격화한 이후 예멘에서는 무려 400만명에 달하는 피란민이 발생했다. 최근에는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 기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비롯한 전염병까지 창궐해 고통이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