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조스의 정신적 스파링 파트너"…모두가 고개 끄덕인 아마존 새 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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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재시 아마존 차기 CEO
베이조스 '밀착 관찰'한 첫 참모
"사내 문제 해결, 新사업 기회로"
거침없는 언행·활발한 외부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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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조스의 선택을 의아해하는 시선은 회사 안팎 그 어디에도 없다. 재시의 화려한 경력이 모든 걸 말해주기 때문이다. 그는 아마존이 온라인서점으로 시작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커가는 과정을 함께했다. 또 아마존의 미래 성장 동력인 클라우드 사업을 세계 1위에 올려놨다.
아마존의 성장 과정을 모두 겪은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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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베이조스의 관심을 끈 결정적 이유는 재시의 역량이었다. 그는 2002년부터 1년 반 동안 베이조스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업무를 맡았다. 아마존 임원 중에서도 특히 미래가 촉망되는 유망주들이 담당하는 참모 역할이었다. 이를 수행한 인물은 재시가 최초였다.그는 이사회, 콘퍼런스콜 등에서 항상 베이조스의 곁을 지켰다. 이 덕분에 베이조스를 밀착 관찰할 기회를 누렸다. 재시는 베이조스와 대화를 나누며 베이조스의 경영 판단이 좀 더 정교해지도록 하는 데 일조했다. 이 때문에 아마존 직원들은 재시를 “베이조스의 정신적인 ‘스파링 파트너’”라고 불렀다. 스파링 파트너는 연습 시합 상대라는 의미 외에 허심탄회하게 의논할 수 있는 대상이라는 뜻도 있다. 재시는 탄탄대로를 달렸지만 결코 으스대는 일이 없었다. 그는 “베이조스의 그림자 역할을 해본 뒤로는 내 자신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몸을 낮췄다.
클라우드로 새로운 성장 동력 창출
아마존은 2006년 첫 클라우드 제품을 출시했다.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나 구글보다 민첩한 움직임이었다. AWS는 빠르게 성장하며 아마존의 핵심 사업으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AWS는 매출 453억달러(약 50조1700억원), 영업이익 135억달러를 냈다. AWS의 매출은 전년보다 30% 늘었으며 영업이익은 아마존 전체의 약 60%를 차지했다.
시너지리서치에 따르면 AWS는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 세계 클라우드 인프라 서비스 시장의 33%를 점해 1위 기업에 올랐다. MS(18%)와 구글(9%) 점유율을 합쳐도 AWS를 넘지 못했다.
“베이조스와 달리 거침없는 경영자”
재시가 CEO로 발탁된 것은 클라우드 사업을 경험한 인재가 중용되는 흐름을 반영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도 MS 클라우드 사업을 3년간 맡은 뒤 2014년 CEO가 됐다.조용한 경영자라는 평가를 받는 베이조스와 달리 재시는 적극적으로 외부 활동에 나서고 있다. 거침없는 언행을 할 때도 많다. 그는 트위터 등을 통해 인종 차별, 성소수자 차별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올해 초에는 아마존이 얼굴 인식 기술을 경찰에 넘기기로 한 결정이 논란이 되자 공개적으로 회사를 옹호했다. 2017년엔 클라우드 사업의 경쟁사인 오라클이 고객에게 과도한 장기 계약을 유도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성향은 다소 달라도 재시 역시 변화와 혁신을 중시하는 베이조스의 경영 방침을 승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베이조스는 재시에 대해 “나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 뛰어난 리더”라고 추켜세웠다.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제시는 올 하반기 아마존의 CEO로 업무를 시작한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