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골든타임' 놓친 일본…제조업 몰락 불러

10여년 전 '몸집 불리기' 나섰지만
조선·해운·가전 경쟁력 회복 실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980년대 세계를 제패한 일본 제조업체들은 2000년대 들어 경쟁사 간 통합으로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하지만 이미 주도권을 상실한 시점에 이뤄진 합작은 대부분 ‘규모의 경제’를 발휘하는 데도, 경쟁력을 회복하는 데도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선·해운업이 대표적이다. 일본 1~2위 조선사인 이마바리조선과 재팬유나이티드(JMU)는 올해 1월 1일 합작회사 일본십야드를 자본금 1억엔 규모로 설립했다. 일본 양대 조선사가 손을 잡은 것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 중국 1~2위 CSSC와 CSIC의 통합에 맞서 몸집을 키우지 못하면 세계 시장에서 경쟁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990년대 30~40%의 점유율로 세계 1위를 유지하던 일본 조선은 2000년대 들어 한국과 중국에 추월당했다. 2019년에는 점유율이 20% 초반까지 추락했다.
일본유선, 상선미쓰이, 가와사키기선 등 일본 해운회사가 2017년 컨테이너사업부를 떼어내 설립한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도 지난해 점유율이 3.2%(9위)로 1위 중국 코스코(12.5%), 2위 덴마크 머스크(11.5%)와 큰 차이가 났다.

항공산업에서도 전일본공수(ANA)와 일본항공(JAL)의 통합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ANA와 JAL의 통합론은 10여 년 전부터 제기돼 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두 회사가 각각 수조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통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 가전부문에서도 일본 제조업의 몰락은 더욱 눈에 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매년 시행하는 주요 상품 및 서비스의 세계시장 점유율 조사에서 2010년 일본 기업은 32개 조사 대상 가운데 10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10년 만인 지난해 일본의 1위 상품은 74개 품목 가운데 7개로 줄었다. 1위에 오른 상품도 디지털카메라를 제외하면 편광판과 CMOS이미지센서(CIS) 등 소재와 부품 위주였다. PC, 태블릿 단말기, 스마트폰, 세탁기, 냉장고 등 주요 가전에서 세계 5위에 드는 일본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이 신문은 “일본 제조업체들이 1980년대의 성공 경험에 도취한 나머지 인터넷 시대 대응에 뒤처지면서 세계 시장에서 밀려났다”고 분석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강경민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