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기술 뺏겼던 'LCD 악몽' 그만…'SK 시범 케이스'로 업계에 경고장

LG '초강경 모드' 왜…
“지식재산권과 영업비밀이 보호받아야 한다는 큰 원칙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대한 이정표다.”

장승세 LG에너지솔루션 전무는 지난 11일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의 판결이 나온 뒤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업계에선 LG에너지솔루션이 향후 자신들의 배터리 관련 직원을 대대적으로 빼가거나 기술 탈취를 시도하면 언제든 문제삼을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했다.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과 ‘국제적 배터리 분쟁’을 벌이자 일각에선 “과도한 조치”란 말도 했다. 같은 나라 회사끼리 해외에서 큰 싸움을 하면 중국 CATL, 일본 파나소닉 등 경쟁사만 ‘좋은 일’ 시키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LG에너지솔루션은 ‘적당히’ 합의하지 않고 그룹 차원에서 이 문제를 중점적으로 부각했다. 단순히 SK이노베이션만 견제하려는 의도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30여 년을 쌓아온 자신들의 배터리 기술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면 향후 기술 경쟁에서 순식간에 뒤집힐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태양광, 유기발광다이오드(LED), LCD 패널 등의 산업에서 비슷한 전례가 있었기 때문에 더 위기감이 강했다.

일각에선 SK이노베이션이 ‘파우치형 배터리’를 생산한 것도 LG에너지솔루션을 자극한 원인으로 분석했다.중국 CATL은 주력 제품이 리튬인산철 배터리로 LG에너지솔루션의 파우치형 리튬이온배터리와 방식이 다소 다르다. 일본 파나소닉, 삼성SDI는 각형 리튬이온배터리가 주력이다. 파우치형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의 고객사인 미국 GM과 포드, 유럽 폭스바겐 등이 두루 쓴다. SK이노베이션과 고객사가 상당 부분 겹친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