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침·오줌으로 바가지 채워"…또다른 배구 학폭 피해자 증언 [종합]

사진은 지난해 10월 경기에 출전한 이재영과 이다영(왼쪽)/사진=연합뉴스
국내 프로배구계의 학교 폭력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쌍둥이 자매' 이재영·이다영 선수와 남자 프로배구 송명근·심경섭 선수에 이어 여자 배구에서 또 학폭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14일 오후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는 자신이 중학교 시절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글쓴이 A씨가 작성한 "프로 여자 배구 학폭 피해자입니다"라는 제하의 글이 올라왔다.A씨는 "요즘 학교폭력 때문에 말이 정말 많다. 나도 10년 전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라며 "초등학교 4학년 때 배구를 시작했다. 이후 "중학교에 들어간 뒤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 선배들한테 운동 못 한다고 욕먹는 등 미움의 대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중학교 1학년때 내가 발음이 안 된다고 (선배들이) 동기 선배들 '머리 박기'를 시키고 나에게 가나다라를 외우게 했다"며 "울면 (선배들이) 바가지를 가져와 '바가지를 눈물로 다 채울 때까지 머리 박기를 시키겠다'"고 강요했다고 밝혔다. A씨는 이 선배들이 눈물, 콧물, 침 그리고 오줌을 싸서라도 바가지를 채우라 했다고 부연했다.

또한 "한번은 어떤 선배가 공으로 얼굴을 때렸다. 쌍코피가 나 닦고 오라고 해서 닦고 다시 오니 머리 박고 코트를 돌게 했다"라며 "그러고는 나에게 '잘 하는 걸 찾았다'고 그러더라. 머리 박은 상태로 코트를 도는 걸"이라고 전했다.그러면서 "3개월에 한 번 집에 갈 때도 (부모님께) 말 못하고 혼자 참다가 엄마한테 '배구 그만하고 싶다'고 무릎 꿇고 빌었지만 (이 사실을 모르시고) 조금만 참으라고 했다"며 "다시 숙소에 갈 때면 매일 매일 죽고 싶었다"고 전했다.

A씨는 "(선배들이) 우리 부모님이 오면 나한테 잘해주는 척을 하는 건 당연했다. 부모님이 매주 주말 음식을 바리바리 싸 들고 숙소를 찾아오면 정말 화가 많이 났다"면서 "(선배들이) 내 욕 뿐 아니라 아빠 욕을 한 날은 정말 너무 힘들었다. 집합을 세우고 '너희 아빠한테 나대지 좀 말라해', 'X발' 이런 욕은 기본이었다. 나한테는 배구는 이런 일 투성이었다"고 고통스러운 과거를 회상했다.

A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학교폭력 피해가 심해졌다며 숙소에 가기 싫어 방부제를 먹고, 스스로 목을 조르기는 자해를 했다고도 했다. A씨는 "숙소에 가면 매일매일 죽고 싶었다"며 "어린 마음에 김에 있는 방부제를 막 먹기도 했고, 혼자 화장실에 가 울면서 목을 조르는 일도 있었다"고 부연했다.그러면서 "직장에 다니고 있는 지금도 지난 일들이 꿈에 생생하게 나온다. 내가 왜 그런 무시를 당하며 미움을 받아야 했는지 모르겠다"며 "지금 TV에서 착한 척하고, 아무렇지 않게 잘 지내는 그 사람을 보면 세상이 참 공평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을 보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배구계는 과거 학창시절 학폭을 당했다는 피해자들의 증언이 쏟아지며 홍역을 앓고 있다.

앞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재영·이다영으로부터 학교폭력 피해를 입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의 작성자는 이재영·다영 쌍둥이 자매가 "본인들 마음에 안 들면 부모님을 '니네 애미, 애비'라고 칭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심부름을 시켰는데 이를 거부하자 칼을 가져와 협박했다", "툭하면 돈 걷고 배 꼬집고 입 때리고 집합시켜서 주먹으로 머리를 때렸다" 등의 피해 사실을 폭로했다.학폭 파문이 확산하자 쌍둥이 자매는 지난 1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자필로 쓴 사과문을 올렸다. 이들은 학교 재학 시절 잘못한 일을 반성하며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고개를 숙이며 적절한 시점에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사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피해 학생 부모도 폭로에 동참했다. 자신의 자녀가 이재영 이다영 자매와 함께 전주 근영중학교 배구팀에서 활동했다고 주장한 글쓴이는 "10년이 된 일을 우리 아이들이 마음 속에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부모로서 안 될 것 같아 올린다"며 글을 올렸다.

그는 "시합장에 다녀보면 쌍둥이만 하는 배구였지 나머지는 자리만 지키는 배구였다. 타 학부모 관람석을 지날 때 우연치 않게 '근영은 쌍둥이만 서로 올리고 때리고, 둘만 하는 배구네?'라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재영 이다영의 어머니 김경희씨가 자기 딸에게 하는 전화 소리를 들었다"며 "정확하게는 '언니한테 공 올려라, 어떻게 해라'라는 소리"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칼로 인한 큰 일이 벌어졌는데도 그 당시에는 학부모님들은 전혀 알지 못하고 그 후에 알게 됐다"고 밝혔다. '칼로 인한 큰 일'은 이재영 이다영의 학폭 사실을 처음으로 밝힌 피해자가 앞서 언급했던 '이재영 이다영 자매가 칼을 들고 동료 선수들을 위협했던 사건'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쌍둥이 자매의 어머니인 국가대표 출신 배구선수 김경희도 팀 전술에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김경희는 1988년 서울올림픽 여자배구 대표팀에서 센터로 뛴 선수다. 지난해 배구협회가 주관한 '장한 어버이상'을 받기도 했다. 자매가 흥국생명에서 한솥밥을 먹게 됐을 때는 "배구는 단체 경기이므로 서로 양보하고 잘 도와 다른 동료 선수들을 받쳐줄 수 있도록 두 딸이 희생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다른 가해자로 지목받은 남자 프로배구 OK금융그룹 읏맨의 송명근도 학폭 사실을 인정했다. 송명근은 지난 14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청소년 시절 저의 용서받을 수 없는 어리석은 행위에 대해 피해자께서 쓴 글을 봤다"며 "네, 모두 사실이다. 전부 시인한다. 저는 학교 폭력 가해자가 맞다"고 했다.
송명근/사진=연합뉴스
그러면서 "선배로서 무책임한 일이겠지만 내일 이후의 경기에 자숙하는 의미에서 출전하지 않는 것을 감독님을 통해서 구단의 허락을 받을 생각"이라며 "이렇게 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거듭 용서를 구했다.

앞서 지난 13일 송명근의 학폭 피해자라고 주장한 B씨는 포털사이트 네이트 판에 '현직 남자 배구선수 학폭 피해자 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해당 글에 따르면 10여년 전 고교 1학년 배구선수였던 B씨는 학교 선배에게 폭행을 당했으며, 급소를 맞고 응급실에 실려가 고환 봉합 수술을 받았다고 폭로했다.A씨는 그 이후에도 괴롭힘은 줄어들지 않았고, 가해자들의 부모는 '우리 애는 그럴 애가 아니다'라며 두둔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그냥 조용히 넘어가자고 했던 엄마 말을 들었던 내가 너무 후회된다"며 "배구선수가 되고 싶어 어떠한 보상을 요구하지도, 논란을 만들지도 않았지만 여전히 그 당시의 힘든 기억이 잊히지 않는다"라고 고통을 호소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