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은 최고의 5G폰"…또 애플 치켜세운 화웨이

'영감 받았다' '선생님' 등 애플 여러번 칭찬
반면 미 제재 이후 안드로이드 진영엔 적대적

독자적 생태계 구축한 애플 사업모델 추격 암시
런 회장 "스마트폰 사업 매각 절대 없다"
사진=AP
미국 정부의 제재로 반도체 부품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사용하지 못해 스마트폰 사업에 직격탄을 맞은 중국 제조업체 화웨이가 공개적으로 애플을 칭찬하고 나섰다. 독자적인 운영체제를 구축해 자신들 만의 생태계를 만든 애플의 사업모델을 따라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 경제지 포브스에 따르면 런정페이 중국 화웨이 회장은 최근 공식 석상에서 화웨이의 5G 네트워의 품질을 설명하며 "우리는 현존하는 최고의 5G 스마트폰인 애플 아이폰12의 진전을 지원했다"고 밝혔다.런 회장은 "화웨이는 서울을 포함 전 세계 많은 도시에서 최고의 5G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을 도왔다. 이 장치는 1.82Gbps의 다운로드 속도를 자랑한다"며 "화웨이의 네트워크 장비는 아이폰 사용자들에게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프리미엄급 스마트폰 부문에서 애플 아이폰의 장악력을 칭찬했다. 그는 "유럽의 많은 하이엔드 디바이스 사용자들이 아이폰을 이용하고 있다"며 유럽에 구축된 화웨이의 네트워크 품질에 대한 자신감도 함께 드러냈다.

화웨이가 애플을 칭찬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런 회장은 2019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화웨이는 항상 애플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애플은 화웨이의 선생님'이라고 설명할 정도로 애플에 대해 강한 신뢰감을 보낸 바 있다. 런 회장은 자신의 가족들과 함께 모두 아이폰, 맥, 아이패드 등을 사용할 정도로 애플 제품 애호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화웨이 영국 소비자 비즈니스 책임자 역시 지난해 포브스에 "우리는 자체 생태계를 위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보유 할 수 있는 전 세계적으로 단 두 회사 중 하나"라며 "화웨이와 애플만이 이를 수행할 수 있다. 이것이 화웨이의 장기 전략"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화웨이
화웨이는 애플을 치켜세우는 것과는 반대로 삼성전자와 구글 등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업체들에 대해선 적대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과거 화웨이 역시 스마트폰에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해왔지만 2019년 미국 행정부의 제재로 안드로이드 시스템과 단절됐다. 이후 화웨이는 '훙멍(하모니)'와 같은 자체 OS를 개발하면서, 안드로이드 진영의 제품들을 자주 깎아내렸다.

한편 런 회장은 최근 불거지고 있는 스마트폰 사업 매각설과 관련해서 "매각은 영원히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단말기는 단순한 휴대전화가 아닌, 사람과 사물을 이어주는 기기라는 설명이다. 그는 "자동차에 쓰이는 라이다, 가정에서 쓰이는 가스 계량기, 스마트워치, TV 등도 모두 단말기이며, 휴대전화도 단말기의 일부분"이라고 부연했다.앞서 일부 언론은 미국 행정부의 제재 타깃이 된 중국 화웨이가 메이트, P시리즈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 브랜드의 매각을 검토 중인 초기 단계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말 중저가 스마트폰 브랜드 아너를 매각한 데 이어 사실상 스마트폰 시장에서 철수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었다.

한 해외 IT전문매체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화웨이가 상하이 정부의 지원을 받는 투자회사 주도의 컨소시엄과 관련 내용을 수개월간 협의해왔다고 했다. 한 소식통은 "화웨이는 지난해 9월부터 브랜드 매각 가능성에 대해 내부적인 조사에 돌입했다"고 매체에 전했다.

화웨이가 이처럼 주력 스마트폰 브랜드까지 매각을 검토하고 나선 데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출범에도 대 화웨이 제재 기조에 변화가 없을 것이란 판단이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실제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최근 화웨이가 올해 스마트폰 4500만대를 출하하는 데 그치며 글로벌 전체 시장에서 점유율 7위로 밀려날 것이라고 예상했다.화웨이는 오는 22일 첫 '인폴딩(안으로 접히는)' 폴더블폰 '메이트X2'를 선보일 계획이다. 포브스는 "화웨이의 전략, 소프트웨어(SW) 생태계와 하드웨어를 모두 통제하려는 열의는 안드로이드 진영의 제조사보다는 훨씬 더 애플과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