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아닌 'MB 불법사찰' 논란…선거앞둔 정치공작? 적폐 청산?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이 야당 정치인 및 민간인 등을 불법 사찰했다는 의혹이 정치권에서 때아닌 '선거공작' 논란을 빚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오래전 일이라고 하더라도 결코 덮어놓고 갈 수 없는 중대범죄"라며 맹공을 펼치고 있는 반면, 야당인 국민의힘은 시점을 문제 삼으며 "선거를 앞둔 정치공작"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與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그냥 못넘어간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불법사찰은 개인의 기본적 자유를 침해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며 이대로 넘어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이 대표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18대 국회의원 299명 전원과 법조인, 언론인, 연예인, 시민사회단체 인사 등 1000여명의 인물 동향을 파악했다는 자료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검찰, 국세청, 경찰 등으로부터 정치인 관련 신원정보 등을 파악해 국정원이 관리토록 요청한 사실도 드러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자료에는 돈 씀씀이 등 사생활까지 담겨 사찰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야당은 선거를 앞두고 꺼내든 정치공세용 카드라고 주장한다”면서 “그러나 대규모 불법사찰이 드러났어도 선거가 임박했으므로 덮으라는 것이라면, 야당의 그런 태도야말로 선거를 의식한 정치 공세가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소속 김경협 국회 정보위원장도 이날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의 불법 사찰 의혹과 관련된 문건에 ‘청와대의 지시’라는 문구가 있다고 주장했다.김 위원장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소수의 진보 인사의 뒷조사가 아니라 정치인 전체, 종교인, 연예인, 예술가, 노동조합 간부 등 아주 광범위하게 불법사찰이 이뤄졌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면서 “(문건에) 청와대의 지시에 의해서라고 나와 있다”고 말했다.


野 "선거 앞두고 국정원의 정치공작 부활이냐"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 /뉴스1
야당은 즉각 정치공작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당내에서는 부산시장 후보 중 여당 후보를 압도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는 박형준 국민의힘 예비후보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 후보는 이명박정부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을 역임했다.5선 중진인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선거철은 선거철"이라며 "이미 오래 전 유물로 사라진 줄 알았던 국정원의 정치공작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얼마전 한 언론이 익명의 국정원 고위관계자 입을 빌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국회의원 동향을 파악하였다는 보도를 내보냈다"며 "민주당은 한술 더 떠 국회 정보위를 통한 진상규명을 시사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오늘은 이낙연 민주당 대표까지 '오래 전 일이라도 덮어놓고 갈 수 없는 중대범죄'라고 바람을 잡고 나섰다"며 "문재인 정부 들어 '적폐청산'을 명분으로 국정원 메인컴퓨터는 물론 직원들의 컴퓨터까지 탈탈 털었을때도 나오지 않던 국회의원 동향사찰 문건이 갑자기 어디서 쑥 튀어나왔는가 보다"라고 말했다.그는 "국정원이 불을 지피고 여당대표까지 바람잡이로 나서는 것을 보니 뭔가 거대한 정치공작이 진행되고 있는 건 아닌지. 마침 국정원장이 박지원 전 의원"이라며 "박 원장은 '정치적 술수의 대가'로도 알려져 있고, 정치적 술수가 한발 더 나아가면 정치공작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문재인정부 들어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가 일상이 되었다지만,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정보기관의 정치공작이 다시 횡행하는 나라로까지 추락해야 하겠습니까?"라며 "국내정치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박 원장의 취임 일성을 실천하라"고 강조했다.

야당은 특히 이번 국정원 불법사찰 이슈가 뒤쳐지고 있는 부산시장 선거를 뒤집기 위해 여당이 꺼낸 카드가 아니냐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박 후보가 불법 사찰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고 공세를 펼쳐 도덕성에 상처를 내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측 최종후보가 유력한 김영춘 전 국회사무총장은 지지율 양자대결에서 박형준 후보에 비해 크게 뒤지고 있다.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본격적으로 본선이 시작되면 민주당이 이 문제를 띄우기 위해 지금부터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지나치게 부자연스러운 여당의 문제제기 시점과 행동을 보면 누구나 정치공작임을 쉽게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