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스톱 투자하다 80% 날렸다"…美 개미의 선택은 '존버'

무모한 투기성 주식 투자의 끝은 빚더미뿐이었다. 미국 경제신문인 월스트리트저널이 15일(현지시간) 최근 뉴욕증시를 뒤흔들었던 게임 소매업체 게임스톱의 투자자들을 추적 보도했다.
최근 게임스톱에 투자했다 실패를 맛 본 살바도어 버가라. 월스트리트저널 캡처
소셜미디어 레딧의 주식 게시판인 월스트리트베츠 가입자인 살바도어 버가라(25)가 게임스톱 매수 열풍에 동참한 것은 지난달 말이었다. 버지니아주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그는 당시 스스로에게 ‘인생은 한 번뿐’(You only live once)이라고 외쳤다고 한다.필리핀 출신인 버가라는 돈을 아끼기 위해 1998년형 혼다 시빅 소형차를 몰며, 식사비를 줄이려 쌀 위주로만 먹는다. 부친과 단 둘이 살고 있다.

버가라는 게임스톱에 투자하려고 2만달러의 신용 대출을 받았다. 대출 금리는 연 11.19%다. 매입 당시 게임스톱 주가는 234달러였다. 지금은 이때보다 약 80% 급락한 52달러 수준이다.

버가라는 “게임스톱 주가가 주당 10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확신했다”며 “지금 생각하면 끔찍하다”고 말했다.
급등락한 미 게임스톱 주가.
다만 게임스톱 주식을 끝까지 매도하지 않은 채 버틸 계획이란 게 그의 얘기다. 버가라는 “매달 받는 급여로 대출 원리금을 갚아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종료되면 고향인 필리핀으로 돌아갈 생각이다.

또 다른 투자자인 패트릭 웨솔로스키(31)도 게임스톱 사태의 ‘피해자’다. 코로나 사태로 시간적 여유가 생긴 그는 주식 투자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고, 게임스톱 주가가 300달러 정도였을 때 투자금을 넣었다.

웨솔로스키는 “주가가 떨어지는 걸 보면서 속이 쓰렸다”며 “마치 라스베이거스의 도박장에 가 있는 것 같았다”고 토로했다.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따르면 월스트리트베츠 게시판의 주요 이용자와 게임스톱 투자자는 18~34세의 젊은층이다.

BofA는 최근 보고서에서 “시장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는 신규 개인 투자자 중 상당수가 젊은층이란 점은 시사하는 점이 많다”고 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