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총리 지시에도…"고위직 다주택 처분 강제 못한다"

지난해 7월 정세균 "고위공직자 다주택 매각" 지시
배진교 "총리가 쇼한 거냐"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해 7월 고위공직자의 다주택 처분을 지시한 가운데 국무총리 보좌기관인 국무조정실은 정부 부처 내 고위공직자 다주택자에 대한 현황을 파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무조정실은 국회에 "고위공직자의 주택 매각을 현행법상 강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야당에서는 "고위공직자의 다주택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건 다주택 처분을 지시한 총리가 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16일 배진교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국무조정실은 '정부 전체 고위직 다주택 매매 현황'을 제출해 달라는 배 의원의 요구에 "국무총리 지시는 고위공직자라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윤리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명제를 바탕으로 한 강한 권고"라며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국무조정실은 그러면서 "다주택 고위공직자의 주택 매각은 현행법상 강제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므로, 각 기관장 책임하에 자율적으로 소속 공직자에 대한 사항을 관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총리는 지난해 7월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각 부처는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해서 고위공직자 주택보유 실태를 조속히 파악하고, 다주택자의 경우 하루빨리 매각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주시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다주택자의 투기가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는 정부의 진단 아래 고위 공직자의 다주택 처분을 요구한 것이다.
정 총리의 지시가 있고 반년이 지났지만, 국무조정실이 현황 파악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는 게 배 의원 지적이다. 국무조정실은 "많은 고위공직자들이 다주택 처분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앞으로 1가구 1주택이 고위공직자 윤리 기준으로 정착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무조정실 내 1급 이상 고위공직자 11명 가운데 3명은 여전히 다주택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1주택은 8명이었고, 무주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배 의원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고위공직자들이 다주택을 처분하지 않는 것은 집값이 떨어지지 않을 거란 시그널 주는 것"이라며 "고위직의 다주택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지 않은 건 총리가 쇼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은 정 총리의 지시에도 다주택을 처분하지 않고 퇴임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