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닛케이 30년만에 3만선 뚫은 의미는…거품? 회복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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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6개월만에 최고치일본 증시가 30년만에 최고치로 올라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보급되고 미국 등 주요국이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내놓으면서 경기회복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실물경제와 괴리가 있어 과열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백신 보급, 부양책 덕에 경기회복 기대
"경기민간 업종 긍정적"
16일 일본 닛케이225지수(닛케이평균주가)는 전일대비 383.60포인트(1.28%) 상승한 30,467.75으로 마감했다. 전날 닛케이지수는 30,084.15로 장을 마치며, 약 30년 6개월 만에 종가 기준 3만을 넘었고 이날까지 2거래일 연속 상승했다.닛케이지수가 기록한 사상 최고치는 1989년 기록한 38,915.87(종가)이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코로나19 백신 보급으로 경제 활동이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며 지수가 상승하고 있다"며 "해운 및 비철 등 경기민감주가 긍정적인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SMBC 닛코 증권의 오타 치히로 투자정보부 부장은 "기업 실적 개선 기대와 글로벌 금융 완화책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도 투자 심리를 강화시키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코로나19 확진자 급증세가 주춤해진 점도 경기 회복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일본의 신규 확진자는 지난해 11월부터 급증하며 1월 초 8000명에 육박했다. 그러나 긴급사태가 선포된 뒤 지난 8일 이후로 10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오는 17일부터는 화이자 백신 접종이 시작될 예정이다.
강대석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증시 대비 장기적인 저평가를 받아 온 닛케이 지수마저 30년 만에 최고치로 올랐다"며 "그만큼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일본증시는 2월 들어서만 8.8%의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같은 기간 미국
(S&P500 5.9% 상승)을 비롯한 선진지수(MSCI World 5.9%) 대비 아웃퍼폼하고 있는 모습이다.
강 연구원은 "코로나19라는 키워드는 이제 부정적이기보다는 백신, 극복과 같은 긍정적 의미에서 더 많이 쓰이고 있다"며 "부정적 영향에서 벗어나고 있는 만큼 주식 시장과 경기민감 업종에 긍정적일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내부에선 증시가 과열됐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날 아사히 신문은 "증시는 상승하고 있지만 실물경제와의 괴리가 부각되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신문은 증권사 내부에서 "주가 상승이 생각보다 빠르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마이니치 신문도 닛케이지수 상승에 대해 "고통받는 일본경제의 실태가 반영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며 "우려되는 것은 격차의 확대"라고 전했다.
신문은 "급등할수록 폭락 우려는 커진다. 버블 붕괴 때처럼 주식시장이 혼란스러워지면 경제 전체에 충격이 미친다"며 "시장 과열에 당국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날 일본 정부는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4.8%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이후 11년 만의 마이너스 성장률이다. 4분기 GDP는 12.7%를 기록하며 예상보다 높은 회복세를 보였으나, 봉쇄 조치가 연장된 가운데 올해 1분기에는 마이너스 성장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