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만 영세사업장 '근로기준법' 타깃…"영업 못해 죽을맛인데 범법자 내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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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 미만도 근로기준법 추진더불어민주당이 연초부터 친노동 입법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해 말 해고자 및 실업자의 노동조합 가입을 허용하는 등의 노동법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이번에는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을 5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하는 입법에 나섰다. 경제계는 코로나19 사태로 벼랑 끝에 있는 영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아예 범법자로 내모는 법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근로시간·휴가·해고 제한 등
자영업·소상공인 대부분 적용
관련 종사자만 820만명 달해
규제 못견뎌 대량 해고사태 우려
1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윤준병·이수진 민주당 의원, 강은미 정의당 의원 등이 각각 대표발의한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 확대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윤 의원 안은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제한, 휴업 수당, 근로시간 및 휴가, 취업 규칙 등에 대해 5인 미만 사업장도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도록 했다. 이 의원 안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와 부당해고의 구제신청, 우선 재고용, 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 등도 적용 대상을 확대하도록 했다. 강 의원 안은 아예 5인 미만 사업장에 모든 근로기준법 조항을 적용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민주당은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관련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현실적인 문제점 등이 부각되면서 처리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국민의힘 의원들도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에 찬성하고 있어 법 개정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민의힘 환경노동위원회 위원들은 지난해 12월 입장문을 내고 “헌법적 가치관에 부합하는 노동법 질서를 형성한다는 차원에서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적용을 찬성한다”고 밝혔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지난해 기준 약 320만 개로 추산된다. 관련 종사자 수는 약 820만 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40% 수준이다. 대부분 영세한 이들 사업장에 일일이 근로기준법 잣대를 들이대면 범법자만 양산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근로기준법 규제에 견디다 못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근로자들을 대량 해고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계상혁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장은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면 자영업자는 희망이 없다”며 “코로나보다 더 큰 재난이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심 대한미용사회중앙회장은 “연장근로가 많은 PC방, 편의점, 미용실 등은 임금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고 범법자가 되든지 사업을 접든지 하는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영세 사업장 특성상 개업과 폐업이 빈번해 현실적으로 정부 감독이 어렵다는 문제점도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소관 부처인 고용노동부도 법 개정에 신중한 입장이다. 고용부는 지난해 10월부터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실태조사는 오는 6월까지 예정돼 있다. 연차휴가 등은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고 있지 않지만 실제 어느 정도 사용되는지 등을 살펴보는 조사다. 정부 관계자는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사회·경제적 파급효과 등을 감안해 종합적으로 검토해볼 과제”라며 “현행 행정력으로는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에 한계가 있어 사회적 논의를 거쳐 점진적으로 확대 적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임도원/백승현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