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트롯' 본뜬 野 '토론 배틀' 흥행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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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 1 스탠딩 방식 '신선' 평가
박형준·이언주 '흠집내기 공방'
"시민들 피로감만 키운다" 지적
평가단 점수 공개 안해 '깜깜이'
근무시간 토론 "3040 포기했나"
‘형식 파괴’는 합격점
16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지난 15일 첫선을 보인 1 대 1 스탠딩 방식의 경선 토론회를 두고 당 안팎에서 엇갈린 평가가 쏟아졌다. 예비경선을 통해 추려진 네 명의 후보가 세 차례에 걸쳐 1 대 1 토론회를 하는 형식에 대해선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이슈가 분산되지 않아 토론에 집중할 수 있었다” “시종일관 긴장감이 팽팽하게 흘렀다” 등의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토론회 진행 방식과 내용에 대해선 “개선해야 할 사안이 많다”는 부정적 의견이 다수였다.미스터트롯을 본뜬 토론평가단의 평가 방식도 ‘도마’에 올랐다. 공천관리위원회는 토론회 결과를 공정하게 평가하고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발시킨다는 취지로 사전에 당원과 시민으로 구성된 토론평가단을 구성했다. 인원수가 총 1000명이다. 토론회가 끝나면 곧바로 ARS 전화를 통해 토론평가단에 ‘토론을 잘한 후보’를 물어 결과를 공개한다. 전날 TV 토론회에선 박 교수와 박민식 전 의원이 각각 평가단으로부터 ‘토론을 잘한 후보’란 평가를 받았다.
이에 대해 일부 지지자 사이에선 ‘깜깜이 평가’라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실제 미스터트롯처럼 토론회별 평가 점수를 모두 공개하자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박 전 의원과 차이가 크지 않았던 박성훈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측 지지층의 불만이 거센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공천관리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진석 의원은 “공개와 비공개가 각각 장단점이 있다”며 “내부 격론 끝에 비공개로 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당 내부에선 “당원 평가, 시민 평가 등으로 구분해 결과를 공개하면 시청자들의 관심과 흥미를 유발시킬 수 있다”는 아이디어도 나온다. 한 명당 30분으로 제한한 토론시간을 한 시간 안팎으로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시청자 호응 ‘지지부진’
시청자 호응을 이끌어내는 것도 과제다. 사실상 본선으로 평가받았던 박 교수와 이 전 의원 간 토론 유튜브 동영상 조회 수는 이날 낮 12시 기준 7200회. 보수 성향의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 비슷한 시간대에 올린 동영상 조회 수(11만 회)에 턱없이 못 미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핫’한 동영상은 조회 수가 100만 회를 훌쩍 넘긴다”며 “시민 관심을 끌어낼 방안을 더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토론회 시간대가 문제라는 의견도 나왔다. 부산시장 선거 1차 토론회는 오후 5시15분부터 오후 7시까지 진행됐다. 직장인이 업무를 마치고 퇴근하는 시간대다. 이날 서울시장 후보 토론회는 오후 2시50분에 시작됐다. 당 안팎에선 “3040 직장인들은 포기하겠다는 것이냐”는 비아냥이 터져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이 인지도가 높은 TV 프로그램 ‘MBC 100분 토론’에 첫 TV 토론회를 배치한 것과 대조적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토론회 일정과 시간은 방송국 내부 사정에 따라 정했다. 당이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