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주·이해진 키운 '괴짜 교수' KAIST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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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총장에 이광형 교수KAIST를 4년간 이끌 차기 총장에 이광형 KAIST 교학부총장(바이오및뇌공학과 명예교수·사진)이 선출됐다. KAIST는 18일 대전 본원 학술문화관에서 이사회를 열고 이 교수를 17대 총장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교육부 장관 동의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승인을 거치면 총장으로 확정된다. 이 신임 총장은 “KAIST는 지금까지 남이 정의해놓은 문제를 열심히 풀어서 여기까지 왔지만 그렇게 해서는 더 이상 도약할 수 없다”며 “새로운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대학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色다른 신발끈·거꾸로 매단 TV
"남과 다른 생각서 창의력 나와"
IT 창업가 길러낸 '벤처 대부'
"미래 난제 푸는 대학 만들 것
10년 뒤 보고 포스트 AI 연구"
창업가 다수 길러낸 ‘괴짜 교수’
이 총장은 대학에서 ‘괴짜 교수’로 불렸다. 1999년 방영한 TV 드라마 ‘카이스트’의 캐릭터 박기훈 교수의 실제 모델이다. “같은 사람들만 모여 있으면 새로운 생각이 나오기 어렵다”고 여긴 그는 양쪽 신발 끈의 색을 다르게 묶는가 하면 집무실 TV를 거꾸로 매달기도 했다. ‘남들이 풀 수 없는 문제 만들어오기’를 학생들에게 과제로 낸 적도 있다. 남과 다르게 행동하고 사고하는 데서 창의력이 샘솟는다고 봤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도 자율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그의 교육철학은 제자들에게 고스란히 전수됐다. 넥슨과 네오위즈, 아이디스 등 혁신 정보기술(IT) 기업의 모태가 그의 연구실에서 나왔다. 넥슨 창업자인 김정주 NXC 대표,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등 1세대 벤처기업가 다수가 그의 밑에서 수학했다. 이 총장이 KAIST 입학 후 ‘문제학생’으로 찍혀 방황하던 김정주 대표를 연구실에 받아주고, 게임 개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벤처 창업의 대부’로 불리는 이 교수가 총장으로 선임되면서 KAIST 창업지원 프로그램이 더 확대될 전망이다. 그는 이사회에 제출한 ‘대학경영 소견서’에서 “과도하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창업지원 제도를 개편하겠다”고 했다. 교수 연구실별로 최소 하나의 기업을 창업하는 것을 권장하는 ‘1랩 1벤처 운동’도 시작할 계획이다. KAIST를 중심으로 대전, 오송, 세종의 연구단지와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를 연계해 스타트업 중심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이 총장은 인공지능(AI)이 일반화될 10~20년 뒤를 준비하는 ‘포스트 AI’ 연구를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모든 기업과 연구자가 AI에 집중하고 있지만 KAIST는 다음을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며 “연구자들이 새로운 분야의 연구를 두려움 없이 할 수 있도록 ‘실패연구소’를 세우겠다”고 말했다. 학생의 예술적 소양을 기르기 위해 미술관도 교내에 설립할 예정이다.
“따뜻한 변화 이뤄내겠다”
이 총장은 2001년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과 의기투합해 바이오시스템학과(바이오및뇌공학과)를 신설했다. 정 전 회장의 수백억원대 기부를 이끌어내는 데도 이 총장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정 전 회장은 “(기부금을) 절대 나눠 갖지 말고 선택과 집중을 하라.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창의적 학과를 만들라”며 당시 전산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이 총장에게 학과 신설에 주도적 역할을 맡겼다. 정 전 회장은 세 차례에 걸쳐 KAIST에 615억원가량을 기부했다.AI, 바이오정보 등이 이 총장의 주요 연구 분야다. 국제학술지에 게재된 논문 70편을 포함해 국제논문 122편을 발표했다. 퍼지엘리베이터, 퍼지컴퓨터, 지하철운행제어기 등을 개발하기도 했다. 그는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 산업공학과 석사, 프랑스 응용과학원(INSA) 전산학 석·박사학위 등을 취득했다. KAIST 전산학과 교수, 바이오및뇌공학과 학과장, 과학영재교육연구원장, 국제협력처장, 교무처장 등을 지냈다.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설립도 주도했다.이 총장의 사무실에는 하급자가 위에 보이는 역피라미드 구조의 ‘거꾸로 조직도’가 붙어 있다. 그는 “그동안 섬기는 리더십으로 동료들과 함께 꿈을 현실로 구현해왔다”며 “KAIST에 새롭고 따뜻한 변화를 일으키겠다”고 말했다.
최한종/이해성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