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엠더블유, 차세대 기술 독보적…에이스테크, 17개국 고객사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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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업그레이드 K라이벌이 이끈다새로운 산업의 라이벌을 다루는 세 번째 순서는 5세대(5G) 이동통신 장비를 생산하는 케이엠더블유와 에이스테크다. 5G는 4G에 비해 전파 도달 거리가 짧아 더 많은 기지국이 필요하다. 5G 도입 전인 201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5G 통신장비를 생산하는 업체는 국가별로 다양했다. 하지만 최근엔 에릭슨·노키아·삼성의 3강 체제로 굳어졌다. 케이엠더블유와 에이스테크는 핵심 통신장비를 삼성전자와 에릭슨에 공급하고 있다. 기지국 핵심 장비는 RF(무선주파수) 부품이다. 5G 통신에 필요한 고주파 신호를 처리하는 장치를 말한다. 안테나, 스위치, 원격무선장비(RRH) 등이 통신장비 성능을 좌우한다. 공급처 다변화와 각국의 5G 인프라 투자로 두 회사는 올해 큰 폭의 실적 개선세가 예상된다. 5G 통신장비 수요가 늘어나면서 두 회사의 경쟁 구도도 뚜렷해지고 있다.
(3) '4차 산업혁명 혈관' 5G 장비 경쟁
케이엠더블유, 기지국 안테나 등 일체형 개발
케이엠더블유는 1991년 서강대 전자공학과 출신인 김덕용 회장이 12평 창고에서 시작한 회사다. 이동통신 장비를 생산하면서 수출기업으로 성장했다. 통신기술 전문가인 김 회장이 연구개발을 직접 지휘해왔다. 4G 이동통신 수요 증가에 힘입어 회사는 2013년 말 2억달러 수출탑을 받았다. 하지만 4G 장비 수요가 줄어들면서 2014~2018년 5년간 연속 적자를 내는 등 암흑기를 보냈다.어려운 시절 김 회장은 오로지 연구개발에 매달렸다. 좋아하는 골프도 그만뒀다. 그리고 직원들에게 “5G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2014년엔 전체 매출의 14.4%를 연구개발비로 쓸 정도였다. 끈질긴 투자는 성과로 돌아왔다. 2018년 262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케이엠더블유는 2019년 136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4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지만 올해는 다시 2000억원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주가도 드라마틱했다. 2016년만 해도 주가는 3000원대에 머물렀다. 5G 투자 기대가 커진 2017년 말이 돼서야 1만원대를 돌파했다. 실적 개선세가 본격화한 2019년 초 1만1000원대이던 주가는 그해 말 5만1100원까지 올랐다. 올해는 지난해 위축됐던 5G 장비 발주 수요가 다시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케이엠더블유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지난해보다 350.9% 늘어난 2035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케이엠더블유는 18일 1.9% 오른 7만5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과거 케이엠더블유의 실적을 이끈 건 원격무선장비(RRH)다. RRH는 기지국이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량을 늘려주는 장치다. 지금도 삼성전자에 5G RRH를 공급 중이다. 기지국의 표준처럼 여겨진다. 에이스테크와 직접 경쟁하는 분야다.
케이엠더블유의 강점은 다중입출력장치(MMR)다. MMR은 기지국 안테나·필터 등이 일체형으로 만들어진 5G 통신장비다. RRH보다 기술적으로 더 생산이 어렵다. 무게와 크기가 줄어 설치가 용이하고 유지보수 비용을 크게 절감하는 특징이 있다.증권업계에서는 케이엠더블유를 ‘유일한 MMR 개발사’로 인정하고 있다. 2019년 MMR을 공동 개발사인 노키아에 공급했다. MMR은 기존 장비보다 수익성이 높아 케이엠더블유가 2019년 20%라는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데 기여했다. 이성훈 신영증권 연구원은 “각국의 로컬 네트워크사들이 5G 인프라 투자를 미룰 수 없는 시기가 오면 케이엠더블유의 MMR을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스테크, 中·동남아 등 23개社에 공급
1980년 설립된 에이스테크는 국내 무선통신장비 업계를 선도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처음엔 차량용 전화기인 ‘카폰’에 필요한 안테나를 개발·생산했다. 1997년 에이스안테나에서 에이스테크놀로지로 사명을 바꾼 뒤 4G, 5G로 이어지는 통신장비 발전과 함께 성장했다. 1985년 삼성전자, 1998년 에릭슨과 거래를 시작했다.통신장비 업체는 통신 세대가 바뀔 때마다 ‘암흑기’를 겪는다. 3G에서 4G, 4G에서 5G로 넘어가는 단계에서 기존 네트워크 장비 수요가 급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이스테크는 해외로 공급망을 다변화한 덕에 암흑기를 거의 겪지 않았다. 4G 막바지에는 중국·인도·동남아시아 등 해외 공급량을 늘렸고 동시에 5G 장비 개발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17개국 23개사가 에이스테크의 고객사다. 경쟁사인 케이엠더블유 대비 공급망이 다양하다. 최근에도 중동·아프리카 지역 최대 통신사인 에티살랏과 업무협약(MOU)을 맺는 등 해외 공급망 확대에 힘쓰고 있다.주가는 5G 장비주 가운데서는 뒤늦게 움직였다. 2018년 말까지 3000원대에 머물다 2019년이 돼서야 1만원대로 올라섰다. 작년 재평가받으며 3만원대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공급 지연으로 주가는 2만원 중반 박스권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18일에는 4.42% 오른 2만36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는 실적 개선 기대가 크다. 지난해 47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올해는 320억원 흑자가 예상된다. 매출도 4500억원대로 사상 최대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준공한 베트남 신공장에서 5G 인프라의 핵심 제품인 안테나필터유닛(AFU)과 라디오 시스템 생산량을 기존 월 9만5000대에서 21만 대로 121% 늘렸다. 이정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AFU는 안테나와 필터를 통합한 제품으로 5G 기지국의 무게를 줄이는 게 갈수록 중요해지기 때문에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이스테크는 안테나·필터·라디오 시스템을 통합한 장비인 ‘매시브 마이모(Massive Mimo)’를 2017년 개발했다. 경쟁사인 케이엠더블유에서는 다중입출력장치(MMR)라고 부르는 장비다. 하지만 여기서 라디오 시스템을 뺀 AFU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에릭슨 등이 수익성을 위해 라디오 시스템은 자사 제품을 쓰려 하기 때문이다.홍익표 에이스테크 대표는 인터뷰에서 “전통적으로 안테나 분야의 강자였지만 최근에는 세라믹 웨이브 가이드 필터라는 차세대 필터를 개발해 차별화한 강점을 갖게 됐다”며 “세라믹(도자기)으로 만든 필터이다 보니 경쟁사 주력 제품인 기존 금속 필터보다 70% 더 가볍고, 70% 더 작은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