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성장만큼 '미래·사회' 고민…대기업 총수들도 확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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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의 없는 '수평적 리더십'“인류의 꿈을 함께 실현하고, 그 결실을 고객과 나누면서 사랑받는 기업이 되고자 합니다.”
정의선, 외형 대신 "인류·미래"
최태원, ESG·사회적 가치 강조
정용진, SNS 통해 고객과 소통
사회적 기업이나 시민단체 수장의 발언이 아니다. 글로벌 기업과 생존경쟁을 벌이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정의선 회장이 지난해 10월 취임 일성으로 내놓은 말이다. 그는 취임사에서 자동차 판매량을 얼마나 늘릴지, 그룹 규모를 어떻게 키울지에 대해선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인류 행복에 공헌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취임사는 ‘인류’(7회) ‘행복’(5회) ‘미래’(10회) 등의 단어로 채워졌다.
대기업 총수들이 달라지고 있다. 50대인 3~4세 젊은 총수들이 경영 전면에 등장하면서다. 이들은 선대 창업주들이 혼신을 다해 키워낸 글로벌 기업의 기반 위에서 사회와 미래의 발전을 새로운 ‘화두’로 내세우고 있다.

총수들이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임직원과 적극적으로 소통한다는 점도 과거와 다르다. 정 회장은 2019년 1시간 동안 임직원들과 질문을 자유롭게 주고받는 ‘변화 공감 토크’ 무대에 직접 올랐다. 최 회장은 지난해 12월 회사에 20년 이상 일한 직원 6명을 초대해 직접 만든 육개장을 대접하고, 2030세대 직원들과 ‘번개(즉흥모임)’를 하는 등 파격을 선보였다. 최근 음성 기반 SNS인 ‘클럽하우스’ 계정을 개설하기도 했다.

이들 ‘신개념 총수’는 최근 등장하는 IT 기업인들의 행보와 관련해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만 명의 제조인력을 고용한 대기업이 IT 기업처럼 파격적인 보상을 주기 쉽지 않고, 회사 지분을 넘기는 방식의 기부도 하기 어려운 현실적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경제계 관계자는 “대기업 총수들은 그동안 스포츠와 문화 분야에 보이지 않게 꾸준히 기부해왔고, 직원에 대한 보상도 성과급 시스템이라는 제도적 틀 안에서 오랫동안 제공하고 있다”며 “기업인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IT 기업인과 같은 잣대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