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쇼크 정유업계, 일본 지진·미국 한파 호재로 반등 기대

정제시설 가동중단으로 공급 차질 발생…정제마진 상승 전망
코로나 백신 접종으로 수요 회복세에 유가도 상승 국면…1분기 흑자 가능성

최근 일본과 미국을 강타한 지진과 한파가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최악의 실적 부진을 기록한 국내 정유업계에 호재가 되고 있다. 올해 들어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정유 업황이 회복세에 접어든 가운데, 일본 지진과 미국 한파가 석유 제품 공급에 차질을 초래해 정제마진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달러대 또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정제마진이 지난 16일 2.1달러로 치솟았다.

정제마진은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 등 비용을 뺀 것으로, 업계에서는 배럴당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업계에서는 정제마진 반등세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선 최근 일본에서 발생한 강진이 이러한 기대감을 키운다.
일본은 난방유로 등유를 사용하는 국가라 보통 겨울에 등유 수요가 높아지는데, 지난 13일 후쿠시마현에서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하며 일본에서 2개 이상의 정제 설비가 긴급 중단됐다. 정유공장은 중단된 공장을 다시 가동하는 데 2∼3주가 걸리며 과거 여진을 고려해 일본 정유사들이 안전상 가동을 축소하고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석유제품 공급 차질이 국내 정유사들에는 호재가 될 것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일본 지진에 더해 최근 미국 텍사스주를 강타한 한파도 정제마진 반등에 힘을 싣고 있다. 이번 한파로 정전 등이 발생하며 모티바, 엑손모빌 등 약 4백만 배럴 규모의 정제설비가 가동 중단됐다.

이번 한파가 발생한 미국 남부는 대규모 정유·화학 설비가 집중된 지역으로, 미국 정제유 생산량 중 21%를 공급하는 미국 에너지 산업의 중심부다.

이번 한파로 미국 유가는 13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뉴욕 상업거래소(NYMEX)에서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유(WTI)는 배럴당 60.5달러에 장을 마감했으며, 종가 기준으로 배럴당 60달러 선을 넘은 것은 2020년 1월 이후 처음이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 세계 정유업계가 생산을 감축한 상황에서 한파로 인한 가동 중단이 발생하면서, 그 영향이 미국 전역을 넘어 전 세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밖에도 BP, 엑손모빌 등 글로벌 정유기업들이 호주 내 대규모 정제설비를 폐쇄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위축됐던 석유 수요가 회복세에 접어들 무렵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해 기존 정유사들이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 코로나19 백신 보급, 각국 경기 부양책 등으로 유가도 당분간 상승세를 지속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정유업계가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급감, 유가 하락, 정제마진 악화 등 삼중고로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던 지난해와는 정반대로 올해는 코로나19 회복세, 유가 상승, 정제마진 반등이 맞물리는 겹호재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4분기에 일제히 적자를 기록한 정유사들이 1분기에 흑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한승재 DB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지진 등으로 인한 일시적인 공급 불균형과 유가를 고려하면 1분기 정유사들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진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