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에 의한, MZ세대를 위한 편의점 '콘텐츠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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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CU, 에듀테인먼트 콘텐츠 '편드매니저'일본은 ‘편의점 왕국’이다. 편의점이 일본인의 삶에 깊숙이 자리잡은 지는 오래됐다. 2019년 기준 일본의 편의점 수는 5만5620개로 편의점 1개당 인구가 2268명이다.
참여형 콘텐츠 '2021 먹잘알 능력고사'
웹드라마 '단짠단짠요정사', 틱톡 '댄스 오디션'
한국은 어떨까. 2019년 편의점 4만1394개로 편의점 1개당 인구가 1253명이다. 인구 수를 감안하면 일본 보다 한국이 편의점 수가 훨씬 많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의미다.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이런 경쟁 상황에 ‘콘텐츠 마케팅’으로 대응하고 있다. 특히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MZ세대에 의한 MZ세대를 위한 콘텐츠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상황 1 “MZ세대가 관심있는 게 뭘까”
도전 1 “MZ세대가 주도하게 하라”
다른 기업들처럼 CU도 MZ세대가 중요하다. 타깃 고객인 그들이 무엇에 관심이 있을지를 늘 고민한다. 마케팅 아이디어 회의에서 MZ세대에 대한 다양한 키워드가 등장했다. 지난해 초 코로나19로 급락했던 주식시장이 V자 반등을 만들어내면서 주식투자에 관심을 갖는 MZ세대가 늘고 있으니 ‘주식’이 어떻겠냐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편의점에서 웬 주식이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우리(CU)가 하고 싶은 얘기보다는 고객(MZ세대)이 무슨 얘기를 듣고 싶어하는지에 주목하자고 의견이 모아졌다.
고객의 관심사를 따라가자는 결정이었고 ‘주식’으로 재테크 프로모션을 추진키로 했다. 그 결과 이달 4일부터 삼성증권과 연계한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CU의 멤버십 어플인 포켓CU를 통해 삼성증권 비대면 계좌를 만들고 금융상품을 매수하면 해당 금액의 1%를 CU포인트로 적립해준다.CU포인트는 포켓CU나 전국 1만5000여개 CU 점포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재테크 프로모션엔 에듀테인먼트 콘텐츠 ‘편드매니저’가 가세했다. 편드매니저는 편의점 상품을 이용해 주식투자 상식과 재테크 노하우를 전달하는 콘텐츠다. CU의 유튜브 채널 ‘CU튜브’를 통해 공개됐다.
CU의 한 MZ세대 마케터는 “마케팅팀 직원의 60% 이상이 MZ세대”라며 “젊은 실무자들이 의견을 내면 경청한 뒤 해보라는 격려와 지지가 강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어떤 일을 ‘지시’하기 보다는 MZ세대 직원이 주도적으로 추진하도록 믿고 맡긴다는 얘기다.
상황 2 MBTI검사가 유행하는 상황
도전 2 MZ세대 겨냥 ‘가잼비’ 콘텐츠
CU 마케터들은 지난해 MBTI검사와 각종 심리테스트가 유행하는 걸 지켜보면서 편의점에 접목시킬 방법을 고민했다. 처음엔 ‘편의점 능력고사’를 기획했다. 테스트를 통해 고객이 자신의 편의점 능력을 알 수 있게 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너무 ‘공급자 중심’이었다. 다시 ‘우리(CU)가 아닌 고객 입장’으로 돌아갔다.
고객 입장에서 편의점은 ‘먹는 것’을 연상시킨다. 먹방이 대세이기도 하고 먹는 것이라면 누구나 관심이 있고 참여하기도 쉬울 것이란 판단이 섰다.
지난해 말 선보인 ‘2021 먹잘알(먹는 것을 잘 아는 사람) 능력고사’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참여형 콘텐츠 플랫폼 ‘방구석연구소’와 손을 잡았다. 방구석연구소는 MZ세대의 공감을 얻는 콘텐츠로 유명하다.
CU의 먹잘알 능력고사는 편의점 버전의 고객 참여형 콘텐츠다. 음식과 관련된 문제를 풀고 획득한 점수에 따라 ‘먹부신(神)’, ‘쩝쩝박사’, ‘트렌드먹터’, ‘먹린이’, ‘무식욕자’ 등 다섯 가지 등급으로 구분된 먹부심 타이틀을 얻는다.
트렌드, 식재료, 편의점, 음식 관찰 등 네 가지 영역별로 4문제씩 총 16문제를 풀게 된다. 문제 풀이에 걸린 시간과 정답의 수를 기준으로 전체 참여자 중 등수가 결정된다.
먹잘알 능력고사는 첫 날 10만명을 비롯해 총 30만명 이상이 참여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오명란 BGF리테일 마케팅실장은 “가성비, 가심비를 넘어 재미와 즐거움을 우선시하는 ‘가잼비’가 MZ세대의 특성”이라며 “MZ세대가 공유하고 놀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 3 영상 콘텐츠 소비가 대세
도전 3 “CU의 창작물을 만들자”
MZ세대는 빠른 호흡과 유머 코드를 가진 10~20분짜리 영상 콘텐츠를 즐긴다.CU는 편의점 업계 최초로 웹드라마를 제작했다. 남자 편의점 점주가 요정인 상황을 가정해 편의점에서 위로를 받는 스토리를 담은 ‘단짠단짠요정사’가 바로 그것. CU튜브에서 누적 조회수 110만 회를 달성했다.
멍 때리기 트렌드를 겨냥해 제작한 쫀득한 마카롱 제조 영상은 CU튜브에서 조회수 150만 회를 넘었다. 틱톡에선 PB브랜드인 헤이루 캐릭터의 댄스를 따라추는 ‘헤이루 댄스 오디션’을 진행해 630만 뷰를 기록했다.
유튜브와 틱톡에 이어 카카오TV를 통한 콘텐츠 마케팅도 벌였다. 카카오TV 오리지널 예능 ‘찐경규’와 손잡고 편의점 야간 근무를 하는 방송인 이경규의 모습을 담은 ‘앵그리 편의점’편을 선보였다.
CU는 ‘모바일 콘텐츠 맛집’이 목표다. 이를 위해 영상 콘텐츠 외에 웹소설과 오디오 드라마도 시도했다.
편의점 배경의 로맨스 웹소설인 ‘7942(친구사이)’는 네이버 포스트와 인스타그램 등 SNS에 올려 인기를 끌었다. 오디오 드라마 ‘편의로운 수라간 생활’은 CU 알바생이 타임리프해서 조선시대 수라간 나인이 된다는 스토리다.
■ 마케터를 위한 포인트
CU의 콘텐츠 마케팅엔 ‘최초’가 많다. 주식투자 재테크 프로모션, 먹잘알 능력고사, 웹드라마, 댄스 오디션, 웹소설, 오디오 드라마 등이 모두 편의점 업계 최초다.고객들이 “편의점이 이런 콘텐츠를 만드나”라며 CU에 대해 신선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갖게 될 가능성이 높다. 다른 편의점에선 보지 못했던 것이라서 그렇다.
이런 성과는 CU의 MZ세대 마케터들이 자유로운 도전을 즐길 수 있어서 가능했다. 한 MZ세대 마케터는 “우리가 1위라서 자신있게 새로운 시도를 계속할 수 있다”고 했다.
CU의 조직 문화가 젊은 마케터들에게 자신감과 도전의식을 한껏 키워주는 것 같다.
장경영 선임기자 longrun@hankyung.com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TV 광고만으로 제품의 정보를 전달하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 소비자들은 유튜브, 페이스북, 블로그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기업의 정보를 접한다.
이에 따라 최근 현업에서 가장 활발히 사용되는 마케팅 기법이 바로 콘텐츠 마케팅(Content Marketing)이다.
콘텐츠 마케팅은 말 그대로 기업이 소비자들과 관련 있는, 그리고 가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내어 이를 전달, 공유하면서 브랜드 신뢰, 충성도 등을 유도하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다.
사실 콘텐츠 마케팅이 요즘 갑자기 새롭게 등장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잘 아는 프랑스 타이어 회사인 미쉐린이 만드는 ‘미쉐린 가이드(Michelin Guide)’ 역시 전형적인 콘텐츠 마케팅이다.
1900년에 처음 발간된 미쉐린 가이드는 처음엔 타이어 회사 답게 자동차 운전자를 위한 여행 안내서였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여행 중 음식이 맛있다고 소문난 호텔도 소개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유명한 식당에 별을 붙이게 되면서 지금의 ‘미쉐린 가이드’가 되었다.
어쩌면 우리는 미쉐린 가이드라는 콘텐츠 마케팅에 영향을 받아 나도 모르게 미쉐린 타이어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했을지도 모른다.
최근 유튜브, 소셜 미디어 등 디지털 매체가 발전하면서 콘텐츠 마케팅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2019년에 진행된 구글의 한 연구(Think with Google, 2019)에서 유튜브 사용자 중 68%가 특정 제품을 구매하기 전에 그 제품과 관련된 영상을 찾아본다고 하였다.
이에 따라 마케팅 학계에서도 콘텐츠 마케팅과 관련한 활발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 우선 콘텐츠 마케팅이 전통적인 TV 광고와 가장 다른 점은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구매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튜브에 등장하는 영상들은 때로는 소비자들에게 친절하게 제품 사용법을 가르쳐 주기도 하고, 때로는 제품과 별 관련이 없는 재미 있는 영상을 전달하기도 한다.
이러한 콘텐츠를 본 소비자들은 마치 친한 친구들과 노는 것처럼 브랜드와 ‘어울리게(Socializing)’ 되고, 평소 잘 행동하지 않던 소비자들마저 재밌는 영상을 친구들에게 자발적으로 전달하게 만든다.
즉 콘텐츠 마케팅은 특별히 야단스럽지 않게 브랜드와 소비자가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방법이다.
다만, 최근 기업이 만들어내는 콘텐츠 마케팅의 양이 증가하면서 이제 단순히 재미있고 신선하다는 이유만으로 소비자에게 어필하기는 점차 어려워질 것이다.
재미만 추구하는 콘텐츠는 많은 소비자들에게 전달될지 언정 정작 구매 순간에 ‘기억’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브랜드 콘텐츠가 소비자에게 전달해줄 수 있는 구체적 가치(정보적 가치, 재미 가치, 사회적 가치, 기능적 가치 등)를 사전에 체계적으로 설계한 마케터들 만이 실제 수익 실현이라는 의미 있는 결과를 얻어갈 것이다.
□ 최현자 서울대 교수
콘텐츠 소비의 중심 축이 TV에서 모바일로 바뀌고 있다. MZ세대에서 특히 강하다.
이런 변화에 따라, 브랜드(기업)의 메시지를 소비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는 ‘브랜디드 콘텐츠’가 마케팅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브랜디드 콘텐츠는 콘텐츠가 주(主)고 브랜드가 부(副)다. 상업성이 포함된 즐길 거리인 셈이다.
웹툰, 드라마, 소설, 게임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이용해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한다. 소비자가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이해하도록 만드는게 목표다.
한 연구에 따르면 브랜디드 콘텐츠는 △정보성 △오락성 △공감성 △창의성 △간접성이라는 특성을 지닌다고 한다. 브랜드 메시지(정보성)를 문화 콘텐츠(창의성)를 통해(간접성) 재미있고(오락성) 자연스럽게(공감성) 전달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에서는 오락성, 공감성, 창의성, 간접성 등이 ‘소비자가 브랜디드 콘텐츠에 대해 느끼는 전반적인 호감도’를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보성은 ‘소비자가 브랜드디 콘텐츠를 통해 해당 브랜드를 인식하거나 기억하는 정도’를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만 놓고 보면 소비자들이 ‘브랜디드 콘텐츠’를 좋아하는 것과 ‘브랜드’를 인식하고 기억하는 것은 관련돼 있으면서도 차이가 있다.
브랜디드 콘텐츠가 창의적이고(창의성) 재미있고(오락성) 자연스러워도(공감성) 해당 브랜드를 인식하거나 기억하는 정도를 향상시키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 확인됐으니 말이다.
이를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재미 따로, 브랜드 따로’라고 할 수 있다. 마케터가 브랜디드 콘텐츠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이유는 소비자에게 재미를 주는 과정에서 자사 브랜드 자산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그런데 소비자 입장에선 소비할 수 있는 브랜디드 콘텐츠가 넘쳐난다. 그 중에서 오락성, 창의성, 공감성이 뛰어나고 광고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간접성) 콘텐츠를 골라 만족스럽게 소비했더라도 그 콘텐츠에 담긴 브랜드 메시지(정보성)에 대해선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있다.
소비자가 “재미는 있었는데 어느 브랜드인지는 잘 기억하지 못하겠다”고 하는 상황을 피하려면 마케터는 더 깊은 고민과 준비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