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가 키보드 8번 두드리면, 비트코인 6000달러 뛰었다 [임현우의 비트코인 나우]

셀럽 한마디에 가격이 출렁, 정상인가
지금 이 지구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인이 누구냐고 사람들에게 묻는다면, 가장 많은 표를 얻는 사람은 일론 머스크가 아닐까. 세계 최대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머스크는 트위터에서 4760만명 넘는 팔로워를 거느린 소셜미디어(SNS) 스타이기도 하다.

그의 영향력은 팔로워 숫자로만 확인되는 게 아니다. 요즘 암호화폐에 꽂힌 듯한 머스크가 '비트코인'이나 '도지코인'에 대해 SNS에 한 마디 툭툭 던질 때마다 코인값이 요동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외신들은 이것을 '머스크 효과(Musk Effect)'로 정의했다. 테슬라가 비트코인 15억 달러(약 1조7000억원)어치를 매입한 사실이 지난 8일 공개되면서 그의 트윗은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머스크의 트위터 계정은 큰 영향력을 가진 정도가 아니라 시장을 움직인다"며 "그의 트윗이 장난이든 아니든 사람들은 그걸 듣고 따라서 행동한다"고 했다.
독일 함부르크대 블록체인리서치랩은 최근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활동은 어떻게 암호화폐 시장을 움직이나'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머스크가 트위터에서 암호화폐 관련 입장을 밝힌 여섯 건의 사례를 골라 이전 10시간, 이후 6시간 동안 가격과 거래량의 변화를 분석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머스크의 트윗이 암호화폐 시장의 단기 변동성을 키운 사례가 여러 건 있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8字 자기소개'에 비트코인 6000달러↑

지난달 29일 머스크는 트위터 계정의 자기소개를 '#비트코인'으로 바꿨다. 영어로는 '#bitcoin'. 딱 여덟 글자였다. 그로부터 1시간 만에 비트코인 가격은 3만2000달러에서 3만8000달러로 뛰어올랐다. 잠시 단기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져 3만6000달러로 내려갔다가 반등해 3만8000달러 선에 안착했다. 머스크의 자기소개 변경 이후 1시간 동안 비트코인 거래량은 네 배 수준으로 급등한 뒤 이전 수준으로 내려왔다.
지난달 28일 머스크는 트위터에서 또 다른 암호화폐인 도지코인을 언급했다. 패션지 보그(Vogue) 표지를 패러디한 도그(Dogue) 그림을 통해서다. 이 트윗의 파급효과 역시 상당한 수준이었다고 보고서는 짚었다. 트윗 등록 4시간 후 도지코인 가격은 네 배로 급등했다가 반토막나는 등 롤러코스터를 탄 듯 움직였다. 거래량 역시 단기 급등을 거쳐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머스크가 지난해 12월 20일 "한 단어: 도지(One word: Doge)", 지난해 7월 18일 "실례합니다, 도지만 팔아요(Excuse me, I only sell Doge)"라는 트윗을 올렸을 때도 도지코인 가격과 거래량이 순간적으로 폭등했다.
다만 머스크의 모든 트윗이 암호화폐 시장을 흔든 것은 아니었다. 머스크는 지난해 12월 20일 "비트코인은 나의 세이프 워드(safe word)"라는 트윗을 남겼다. 세이프 워드는 SM 취향을 가진 사람끼리 성관계를 즐기다가 고통을 참기 어려울 때 '그만 멈추라'는 신호로 외치는 단어를 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비트코인 가격은 1.7% 하락했고, 거래량에 특별한 변화가 없었다.

"8년 전 샀어야"… "아들 위해 샀다"…

머스크는 3년 전만 해도 암호화폐에 큰 관심이 없어보였다. 그는 2018년 "예전에 친구가 비트코인을 줬는데 따로 관리를 하지 않아 어딨는지도 모른다"고 말한 적이 있다. 암호화폐 채굴 과정에서 전력 낭비가 심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러나 2019년에는 "디지털화폐의 장점이 보이고 상당히 흥미롭다"면서 "가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달 초 클럽하우스 인터뷰에서는 "비트코인을 8년 전 샀어야 했다"며 "나는 비트코인 지지자"라고 했다. 트위터에는 "작은 X(아들)를 위해 도지코인을 샀다"고 적었다.
사진=AFP
머스크의 사례는 영향력 있는 개인, 기업, 집단 등의 SNS 활동이 암호화폐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이 보고서의 핵심은 맨 끝에 나온다. 머스크의 트윗이 달군 상승장을 즐기고 있는 투자자들에게 레나트 안트 연구원이 남긴 마지막 문장은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트윗 하나가 비트코인 시가총액을 1110억달러 뛰게 만들 수 있다면, 다른 트윗 하나에 그만큼의 시가총액이 날아가는 일도 가능하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