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첫 공개되는 거장의 구상화…김환기 '달밤'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쪽빛 바다 위에 두둥실 푸른 달이 떠 있다. 평화로운 물결, 그 위에 떠 있는 쪽배와 둥근달의 조화가 아름답다.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김환기의 1951년작 ‘달밤’이다.

이 작품은 김환기의 서울 시기(1937~1956년) 특성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김환기는 일본 유학 시절 입체주의와 추상미술을 다양하게 실험한 뒤 서울에서는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백자항아리, 달, 산, 매화 등 토속적 특징이 강한 오브제와 자연 풍경을 양식화했다. 1970년대 미국 뉴욕에서 작업한 점화가 그의 시그니처로 꼽히지만 서울에서 그린 구상화 역시 탄탄한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이 작품은 이달 초에야 세상에 처음 공개됐다. 단서는 시인 김광균의 생전 사무실 사진이었다. 1952년 촬영된 사진으로, 당시 예술인들의 가장 큰 후원자 중 한 명이던 김광균답게 사무실에는 다양한 그림이 걸려 있었다.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들은 이 사진에 포착된 ‘달밤’을 추적해 소장자를 찾아냈다. 미술관 측의 설득으로 소장자의 침실에 걸려 있던 ‘달밤’은 세상에 나오게 됐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에서 김환기가 그린 달밤의 풍류를 즐길 수 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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