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체 수장되는 최태원·구자열…재계 힘 세지나

최태원, 23일 서울상의 회장된 뒤 다음달 대한상의 접수
만장일치로 무역협회장 추대된 구자열은 24일 정식 선출

이번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자열 LS그룹 회장이 새로운 경제단체의 수장으로 모습을 드러내면서 재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최근 위축된 모습에서 벗어나 국가 경제를 책임지는 단체로써 사회에 기여함과 동시에 제대로 된 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해 달라는 주문이다.

서울상공회의소는 23일 의원총회를 열고 최 회장을 차기 서울상의 회장으로 최종 선출한다.

관례상 서울상의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하기 때문에 최 회장은 다음달 24일 열리는 대한상의 의원총회에서 대한상의 회장으로 선출될 예정이다.국내 4대 그룹 총수가 대한상의 회장에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한상의는 현 정부 들어 전경련을 제치고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로 부상했다.

재계는 대한상의의 높아진 위상과 함께 최태원 회장의 영향력에 남다른 기대를 걸고 있다.
평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사회적 가치 등을 강조해온 만큼 현 정부 정책과 보조를 맞추면서 재계의 목소리를 대변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서울상의는 새 회장 선임에 맞춰 부회장단도 카카오톡 김범수 의장과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 게임업체 크래프톤 장병규 의장 등 젊은 정보기술(IT) 기업인들로 대폭 교체했다.

최태원 새 회장의 의중이 크게 작용한 것이면서 IT 기업의 약진에 따른 재계의 요구도 반영된 결과다.구자열 LS그룹 회장은 24일 한국무역협회장으로 데뷔한다.

무협은 이날 정기총회를 열어 구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할 예정이다.

무협 회장은 그간 퇴직 관료들이 회장을 맡았으나 구 회장의 선임으로 15년 만에 민간 기업인이 무역협회를 이끌게 된다.

구 회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수출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관료 출신보다는 경륜이 풍부한 기업인 출신이 더 적임이라는 재계 의견에 따라 차기 회장으로 뽑혔다.

구 회장은 2013년부터 LS그룹의 회장을 맡고 있으며 형제 가족이 9년씩 돌아가며 공동 경영을 이어온 전통에 따라 올해 말 구자은 회장에게 그룹 회장직을 넘길 예정이다.

다만 이번 무협 회장 추대로 그룹 회장직 이양이 더 빨라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번에 무역협회까지 기업인 회장을 맞이하면서 재계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의, 한국경영자총협회, 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5대 경제 단체' 전체가 15년 만에 기업인 회장 시대를 열게 됐다.

최태원 회장과 구자열 회장은 각각 최종현 회장(전경련)과 구평회 회장(무역협회장)에 이어 부자(父子)가 대를 이어 경제단체장을 맡는 기록도 세웠다.

또다른 경제단체인 전경련은 이달 26일 총회를 열고 차기 회장을 선출할 예정인 가운데 뚜렷한 하마평이 없는 상태다.

재계는 현 회장인 GS건설 허창수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경제단체의 수장 교체를 계기로 업계에는 경제단체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이른바 '공정경제 3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경제단체들이 재계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과 함께 경제단체의 쇄신을 요구하고 있다.

더불어 새 수장들이 기업의 목소리를 하나로 묶어 제대로 대변해야 한다는 요구도 크다.

일각에서 나오는 경총과 전경련이 통합론도 경제단체의 위상과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는 요구에서 비롯됐다는 게 재계의 설명이다.재계의 한 관계자는 "비중있는 기업의 총수들이 재계의 얼굴로 부상하면서 경제단체의 역할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불확실성이 큰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경제단체들이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