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운 "박원순 사건, '공과 엄정 구별' 원칙하에 심의"

인권위 상임위원 인터뷰…"실체 파악하려고 최선 다해"
박찬운(58) 국가인권위 상임위원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심의할 당시 "고인의 공적과 과오의 구별을 엄격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최선을 다해 실체에 다가가려고 노력했다"고 22일 밝혔다. 박 위원은 이날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국가기관에서 사실을 인정할 때는 합당한 자료와 근거가 있어야 하므로 그런 점에서 다소 미흡하다거나 다른 생각을 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위원회의 조사구제 업무 원칙에 비춰보면 불가피한 일"이라고 했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달 25일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관한 직권조사 결과 "박 전 시장이 피해자에게 한 성적 언동 일부가 사실이며, 인권위법상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박 위원이 포함된 인권위 전원위원회는 당시 5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 끝에 이런 결론을 냈다.

실제로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사실관계에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않아 인권위 조사 결과에 이목이 쏠렸다.

인권위는 박 전 시장이 사망해 방어권 행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피해자 주장 일부를 사실로 인정했지만, 성희롱·성추행이 실제로 있었다고 인정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박 위원은 비공개였던 전원위 회의에서 오간 구체적인 논의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자신이 회의에서 "인권위는 인권신장을 위해 설립된 국가기관으로서 인권침해 여부를 판단할 때 대상에게 사회적 지위나 명성이 있다 해도 공정해야 한다.

불편부당한 입장에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박 위원은 "아마 다른 인권위원들도 이런 입장에서 그날 심의를 했을 것"이라며 "개인적으로는 오랜 기간 박 시장을 알았고 존경해왔기에 무척이나 길고, 마음 아픈 하루이기도 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 "인권위, 스스로 인권 전문기관으로서 수준 높여야"
인권위는 박 전 시장 사건뿐 아니라 주요 사건을 여럿 조사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에 대한 경찰의 수갑 사용, 육군 부사관들의 '장교 반말' 진정, 트랜스젠더 변희수 하사 강제 전역처분, 낙태죄 폐지 관련 의견표명 등은 대중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박 전 시장 사건 직권조사 결과 발표 이후에는 더불어민주당이 사과하는 등 위상도 강화됐다.

박 위원은 이 같은 평가에 "과분한 칭찬"이라며 "인권위가 과연 주어진 임무를 제대로 해왔는지, 그에 맞는 능력은 갖췄는지 반성할 점이 많다"고 했다.

그는 "최근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사건에서 인권위가 역할을 다해보려고 한 것은 이런 자성이 내부에서 강력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은 "(인권위는) 상대 기관이 권고를 이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도록 치밀한 논리로 무장해야 한다"며 "인권위원과 사무처가 한 단계 높은 전문성을 갖추도록 노력해 인권 전문기관으로서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호사 출신으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박 위원은 지난해 1월 상임위원으로 임명됐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국제연대위원회 위원장,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회 부위원장, 서울시 인권위원회 위원, 경찰개혁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과거 인권위 인권정책국장으로 재직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