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만 일자리 걸렸다"…'생사기로' 쌍용차 살릴 열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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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P플랜 신청' 당초 계획 어긋나쌍용자동차의 회생 가능성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P플랜(사전회생계획)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정세균 국무총리가 나서 정부 지원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다.
수십만 일자리 걸려…법원·정부 '우호적'
25일 HAAH 계약 성사하고 회생안 마련해야
쌍용차는 22일 평택공장 문을 닫고 24일까지 휴업한다. 납품 대금을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한 70여개 협력업체들이 부품 공급을 끊으면서 차량 생산이 불가능해진 탓이다. 이달 들어 평택공장이 가동된 날은 1~2일, 16일 등 3일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조립 라인 가동과 중단을 반복한 반쪽짜리였다. 불안정한 부품 공급에 1~2일 가동과 중단을 반복하던 평택공장은 3일부터 10일까지 가동을 중단했다. 11~15일 설 연휴를 보내고 16일 재가동에 들어갔지만, 부품 부족으로 4시간짜리 반짝 가동에 그쳤다.
쌍용차는 오는 25일 재가동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25, 26일 정상 가동이 이뤄지더라도 이달 쌍용차 평택공장의 가동일은 5일에 불과할 전망이다.
사실상 한 달 가까이 휴무가 이어지며 중소 협력업체들도 한계를 맞았다. 쌍용자동차 협력사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협력사들은 지난해 10월부터 납품 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쌍용차가 회생에 실패한다면 열악한 경영상황에 처한 중소 협력사는 연쇄 부도를 피할 길이 없다. 지난해 10월 기준 쌍용차의 1차 협력업체는 448곳이며, 종업원은 16만8559명에 달한다. 쌍용차는 오는 28일까지 법원에 P플랜을 신청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일정을 내달 초~중순께로 미뤘다. 법원도 오는 28일까지던 법정관리 유예기간을 보름 가량 연장해주기로 했다. 당초 계획대로면 유예기간을 넘겨 법정관리를 피할 수 없는 처지인 셈이다.업계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인 쌍용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간다면 청산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쌍용차 임직원은 물론 협력사 임직원들의 직장도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도 지원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7일 "쌍용차에는 고용문제도 걸려있어 지원할 수 있다면 싸게, 적은 비용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야한다"고 언급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하루 뒤인 18일 쌍용차에 대해 "잘 풀어가야 하지 않겠냐"며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잘하고 있다"고 힘을 실었다.은 위원장은 지난 19일에도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을 만나 쌍용차와 관련해 논의했다며 "(살리는 것이 괜찮다는) 답변이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은 위원장은 "회장님도 큰 방향에서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살린다는 데 죽일 채권단은 없다"며 "살 수만 있다면 살리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쌍용차가 살아남도록 막대한 지원을 쏟아붓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은 위원장은 지난 17일 "살아날 수 있다고 보여진다면 살려야 된다. 살아남을 수 있느냐는 산업적 판단에서 봐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산은의 시각도 비슷하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그간 여러차례 쌍용차에 대해 “돈만으로 기업을 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사업이 있어야 한다”며 회생가능한 사업계획 제시를 요구해왔다.안영규 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도 지난 2일 "안타깝지만, 최근 10년간 누적적자가 1조원이 넘는 회사에 단순히 돈만 넣는다고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지속가능한 사업계획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쌍용차 지원 여부는 HAAH오토모티브와의 계약 성사와 이후 경영 정상화에 대한 구체적 계획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는 오는 25일 HAAH와 계약에 나선다. 쌍용차 지분 75%를 보유한 인도 마힌드라도 지분과 채권 삭감에 동의했으며, 인도 중앙은행(RBI)에 승인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는 RBI 승인이 이뤄지고 HAAH와 투자 계약을 맺은 뒤 회생 계획안을 확정해 채권자에게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산은을 포함한 채권자의 절반 이상이 회생안에 동의하면 P플랜이 가능해진다. 또한 HAAH는 쌍용차에 2억5000만 달러(약 2800억원)를 투자하는 조건으로 산은이 동등한 규모의 금액을 지원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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