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 '토탈 AI'...유통판 뒤집다

모든 매장 AI 팩토리로 전환
AI가 상품재고, 배송시간 분석
미국의 전통적인 소매업 강자 월마트가 AI기업으로 빨리 변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매장과 가격경쟁력을 갖고 있는 월마트는 이런 핵심역량을 유지하면서 온라인과 AI에 집중 투자하고 있습니다. AI기술을 모두 활용하는 '토탈 AI'전략을 채택하고 있고 건강 금융등 업종의 경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도 꾀하고 있습니다. 전통 기업이 AI를 활용해 새로운 유통기업으로 변하는 파괴적 혁신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매출액 사상 최고치
온라인 매출이 지속적 성장


월마트가 지난 18일 발표한 2020년도 결산을 보면 매출이 전년 대비 6.8% 증가한 5591억달러(한화 626조2000억원)로 나타났습니다. 월마트 사상 최고치입니다. 지난해 4분기(지난해 11월~올해 1월)에 매출은 1521억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시장의 예상치(1483억달러)보다 약 40억달러가 증가한 수치입니다.
4분기 영업이익이 지난 3분기에 비해 20억달러 떨어졌지만 이 수치는 영국과 일본에 있던 매장들을 매각한 결과였습니다. 월마트는 11년 전 93억달러에 매입했던 영국의 슈퍼업계 3위 아스다를 영국 기업에 88억달러에 매각했습니다. 일본의 월마트매장인 세이유(西友)를 미 사모펀드인 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에 넘겼습니다. 이 매각과정에서 월마트는 재정부담을 안게 됐고 그것이 결국 적자로 이어진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일본과 영국 매각에 따른 비용을 제외하면 오히려 흑자가 분명합니다. 인터넷 상거래의 매출액은 69%가 증가했습니다. 이처럼 미국 소매 판매 최고 기업의 자리를 놓치지 않는 월마트 성장의 비결은 무엇일까요.

1969년 설립된 월마트는 백화점 중심의 소매 유통산업이 근본적으로 할인형 소매점으로 바뀐다는 사실을 재빨리 알아차린 기업입니다. 1970년대부터 때마침 불어오던 IT를 활용해 철저히 고객의 성향을 살폈습니다. 품목별 재고관리와 배송에 각별히 신경을 쓰기 위해 미 전역에 일종의 창고개념인 데이터 웨어 하우스를 1979년부터 세우기도 했습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 월마트의 매장들은 데이터 하우스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1987년에는 인공위성까지 활용해 본사가 직접 재고 및 판매를 추적하고 매장과 즉시 통신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었습니다.

이런 전통이 있었기 때문에 AI 혁명에 대해 재빨리 대처할 수 있었습니다. 월마트의 전략은 AI의 기술을 모두 활용하는 ‘토털 AI’ 전략과 온라인-오프라인의 연계로 요약됩니다.

고객 90%가 10마일내 거주
매장과 디지털을 직접 연계


더글러스 맥밀런 월마트 CEO는 지난 1월 세계 최대의 가전 시장인 CES의 기조강연에서 “월마트의 강점은 매장과 디지털을 연계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월마트의 최대 라이벌인 아마존이 온라인 쇼핑에 역점을 두었다면 월마트는 미 전역에 있는 4700여 개의 매장을 거점으로 디지털과 AI를 연결하는 전략을 펼쳤습니다. 자사의 핵심역량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간파한 것이죠.
그리고 매장을 중심으로 고객의 동선도 살폈습니다. 이들은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월마트 고객들의 90%가 매장의 10마일(약 16㎞) 이내에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10마일이면 직선거리로 서울시청에서 양재IC까지 되는 거리입니다. 그만큼의 거리라면 고객이 원하는 시간 내에 배달을 충분히 할 수 있는 거리입니다. 월마트는 강점인 신선식품을 고객이 원하는 곳으로 택배하는 전략을 펴게 된 겁니다.
월마트는 이렇게 해서 택배서비스 ‘익스프레스 딜리버리’를 시작했습니다. 상품 재고와 배송용 차량, 직원들의 근무 상황만이 아니라 교통과 기상 정보도 AI가 분석하게 됐습니다. 가장 효율적인 배달경로를 계산해 주문 후 2시간 이내에 상품을 택배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물론 비용 측면에서도 이득을 보면서 경쟁상대인 아마존의 상품가격보다 훨씬 싼 물건을 많이 내놓게 됐습니다.

로봇 IoT 자율주행 등 총동원
신선식품 판매에 뛰어난 성과


월마트는 현재 AI기술로 나와있는 빅데이터 분석과 로봇, IoT 자율주행 등 모든 기술을 동원해 업무에 활용하는 ‘토털 AI’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앞으로 모든 매장을 ‘AI팩토리’로 부르기로 했습니다. 빅테크가 아닌 전통 아날로그업체가 이렇게 정교한 AI전략을 꾀하는 게 정말 쉽지 않은 일입니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월마트는 AI를 활용한 고객의 데이터 분석을 통해 수요예측을 정확하게 했고 구입에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하도록 했습니다. 월마트는 소형로봇을 물류센터에 투입해 창고 내 운반작업의 자동화를 꾀했습니다. 매장 내 신규 공간을 추가해 창고를 건설했습니다. 소형로봇은 사과 주스 시리얼 등 작은 상품들을 매장직원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창고 내 운반작업의 자동화는 인간보다 10배의 빠르기로 상품을 픽업합니다. 이전에 매장 재고를 관리하는 매장로봇은 당분간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월마트는 아울러 자율주행 트럭배송 기업 ‘개틱(Gatik)’과 함께 올해 아칸소주에서 안전요원이 탑승하지 않는 100%의 완전 자율주행 트럭을 배송작업에 투입할 계획입니다. 이미 지난해부터 개틱이 개발한 자율주행용 장치를 장착한 트럭에 안전요원을 탑승시켜 아칸소주에 있는 물류창고와 소매점 간 2마일 구간에 투입하는 연습을 해왔습니다.
또한 1월부터 일부지역에서 고객들의 자택현관에 IoT 박스를 제공했습니다. 이 박스는 냉동냉장 저온 기능이 가능하고 살균기능까지 갖춘 박스입니다. 스마트폰 앱에서 박스의 저장물을 관리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용자가 집을 비워도 신선품 등 식료 배달이 가능하게 돼 배송비용 삭감에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고객들이 월마트의 신선 식료품을 많이 활용한다는 사실을 AI를 통해 알고 난 다음 곧바로 영업에 활용한 것입니다. 신선제품 판매는 현재 아마존보다 월마트가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약국 금융 사업에도 진출
매장 확충대신 온라인에 계속 투자


월마트는 한걸음 더 나아가 헬스클리닉과 금융 업무도 월마트에서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융합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우선 월마트에는 현재 대부분 약국이 들어서 있습니다. 월마트는 약 1500명 이상의 약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약국들이 미국민 헬스케어의 거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병원까지 거리보다 월마트 거리가 가깝기 때문일 것입니다. 미국 매장 중 80%인 4000개가 의학적으로 취약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월마트 일부 매장에선 엑스레이검사와 정신과 상담, 치과서비스 등을 이미 제공하고 있습니다. 고객들이 건강 검진을 값싸게 하는 대신 고객이 건강관리 정보를 주면 또 다른 시너지가 날 것으로 월마트는 보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투여에도 월마트를 많이 활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한 매장 내 은행 지점을 설치해 다양한 은행업무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보험에이전시 월마트인슈어런스를 텍사스에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막강한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도 될 수 있다고 합니다. 노인정의 경로당 기능을 수행하는 24시간 오픈 커뮤니티도 제공할 계획입니다.
월마트의 미래는 CAPEX(기업이 미래 가치 창출을 위해 지불하는 비용)를 분석하면 확실히 드러납니다. 2015년 기준 CAPEX에선 전체 설비 투자액 82억3800만달러(약 9조2260억원)에서 절반인 41억2800만달러를 신규 매장과 클럽을 개설하는 데 썼다면 2020년에는 이에 대한 투자는 전혀 없었습니다. 대신 전자상거래와 공급망 고도화에 전체 71.4%를 쓰고 있습니다. 아날로그 자산투자를 축소하고 디지털 자산투자 집중으로 신속 전환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월마트는 AI기업이라 불러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게 됐습니다.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