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과 합법의 경계서 은밀히 이뤄지는 '무기거래' 이야기

부패 감시 비영리단체 코럽션워치 사무국장 '어둠의 세계'

"무거거래 관계망은 공식적 거래부터 그레이마켓, 블랙마켓 등 어둠의 세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뇌물과 부패가 필수인 무기거래의 세계에서 100% 합법적인 거래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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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부패 감시 비영리단체 코럽션워치의 사무국장인 앤드루 파인스타인(57)은 '어둠의 세계'(오월의봄)에서 20년간 무기산업을 조사한 경험을 토대로 은밀히 이뤄지는 무기거래의 세계를 고발한다.

저자는 테러리즘과 글로벌 범죄 등으로 인해 세계의 불안정과 위험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전제한다. 무기산업은 돈과 부패, 기만, 죽음으로 이뤄진 그들만의 세계라며 민주주의를 저해하고 국가안보를 해친다고 주장한다.

또 무기거래는 각국 지도자와 첩보요원, 기업, 금융기관, 운송업체, 돈 세탁업자 등의 공모로 작동된다고 말한다.

업체들과 정부 등이 여러 분쟁 지역에 무기를 공급하고 이윤 창출을 위해 긴장감을 높였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책은 사우디아라비아 왕자이자 전 주미 사우디 대사를 지낸 반다르 빈 술탄을 소개한다.

저자는 반다르 왕자가 198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 사우디를 대표해 영국 및 미국과 무기거래를 주선하며 불법을 저질러왔다고 비판한다.

그는 1985년 사우디와 영국 간 무기거래인 알야마마 사업을 예로 들며 비밀스러운 무기거래와 비리가 얽히고설킨 최악의 사건이라고 평가한다. 사업 대금 지급 체계를 보면 이들의 관심은 양질의 최신 무기가 아니라 각 거래에서 커미션을 얼마나 얻을 수 있느냐에 쏠려 있다는 걸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전 주사우디 미국 대사의 말을 빌려서는 "사우디 국방부를 위한 비자금이나 다름없었다.

영국에서도, 사우디에서도 공적 감독을 받을 필요가 없었다.

예산에 포함되지도 않고 비공식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더욱 부정부패의 온상이 됐다"고 말한다.
책은 반다르 왕자가 알야마마 사업 대가로 받은 뇌물이 20여 년간 10억 파운드(약 1조8천억 원)라고 분석한다.

반다르 왕자의 뇌물수수 정황을 포착한 영국의 중대비리수사청(SFO)의 수사는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무기거래를 지탱하는 부패의 구조가 상당히 치밀하다고 언급한다.

각국 정부의 공식 통계와 언론인들의 르포르타주, 내부고발자의 증언, 현대 무기거래 연구자들의 논증, 각종 판결문과 관련 문헌 등을 찾아 이런 해석의 근거로 삼는다.

저자는 무기가 예상하지 못한 이들의 손에 잘못 들어갈 경우 역류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2000년대 초 미국 하원의원 찰리 윌슨이 아프가니스탄에 무기를 공급했는데, 탈레반 등 이슬람 반군 세력에게 유입돼 미국에 맞서는 용도로 쓰였다는 것을 예로 든다.

책은 여러 무기거래 스캔들을 다루며 비리 스캔들이 구조적 방관 속에서 자행돼온 관행의 일부라고 말한다.

미국 행정부가 민간기업과 함께 비리를 저지르고 입법부와 사법부가 옹호하고 있다는 주장도 펼친다.

또 무기산업의 폐해에 함께 맞서야 하며, 실질적 감시와 통제 역할이 가능한 무기거래조약 체결을 강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한다.

대량 학살과 민주주의 후퇴, 빈곤 심화 등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무기산업은 끊임없이 감시돼야 한다는 생각도 덧붙인다. 조아영·이세현 옮김. 900쪽. 4만2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