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악당 이아고의 독백…베르디 '오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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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셰익스피어 극 최고의 악당은 툭하면 칼을 휘두르는 티볼트가 아니다. ‘오셀로’의 이아고에 비하면 티볼트는 철부지에 불과하다. 이아고는 칼과 주먹 대신 사악한 머리와 입을 사용한다. 괜히 미워하고, 계략을 꾸미고, 끌어들여 파멸시킨다. 망설이거나 반성하는 모습도 없다. 베네치아 식으로 제목이 살짝 바뀐 베르디 만년의 걸작 ‘오텔로’(1887)에도 이아고의 시선이 잘 드러난다. 그는 신조(Credo)를 밝히는 2막 개시부의 독백에서 “자기 모습대로 나를 만든 잔인한 신을 믿는다… 나는 악독하다. 인간이기 때문이다… 타고난 비열함도 믿는다. 이것이 내 신조다!(후략)”라고 노래한다.
요즘 학교 폭력이 큰 화두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건 어쩌면 티볼트 수준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버린 이아고 스타일의 악행이 더 문제 아닐까. 상대를 조롱하는 인터넷 댓글을 달고 ‘우리 편’의 가짜 뉴스를 퍼트리는 ‘작지만 더 나쁜 폭력’부터 돌아봐야 할 일이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무지크바움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