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대신 폭포·나무로 채운 '여의도 현대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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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오래 머물고 싶게…백화점은 이제 '시간을 사는 공간'현대백화점이 업계 최초로 ‘리테일 테라피(쇼핑을 통한 치유)’ 개념을 전면 적용한 백화점을 선보인다. 여의도에 있는 ‘더현대 서울’이 주인공이다. ‘집콕’과 ‘클릭 소비’에 지친 쇼핑객을 얼마나 끌어들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베일벗는 여의도 '더현대 서울'
영업면적 절반이 조경·휴식공간
3대 명품 매장 없이 개장
쇼핑을 통한 치유의 공간으로
기존 흥행공식 깨는 '파격 매장'
현대백화점은 23일 “국내 첫 자연친화형 미래 백화점을 26일 공개한다”며 “서울 지역 최대 규모로 코로나19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올해 6300억원, 내년엔 7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개장 2년 내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지난해 매출은 약 8880억원)에 필적하는 실적을 올린다는 목표인 셈이다.더현대 서울이 주목받는 이유는 ‘언택트 시대’에 백화점이 가야 할 길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다. ‘리테일 테라피’는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비대면 소비 시대에 대응할 핵심 전략 중 하나로 거론된다. 일상에서 벗어나 색다른 즐거움을 만끽하는 공간을 만듦으로써 소비자들의 시간을 ‘점령’할 수 있어야 쿠팡, 네이버쇼핑과 같은 디지털 유통 공룡들의 공세를 막아낼 수 있다는 관점이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여의도점에 ‘백화점’이라는 보통명사를 빼고 ‘더현대 서울’이라는 고유 명사만 쓰도록 했다. 그만큼 기존 백화점과 다른 파격적 실험을 했다는 의미다. 더현대 서울은 전체 영업면적의 49%를 조경과 휴식 공간에 할애했다. 다른 15개 현대백화점 점포(평균 35%)에 비해 여유 공간을 확 늘렸다. 1층에는 12m 높이의 인공 폭포를 설치했다. 5층은 ‘사운즈 포레스트’라는 이름의 인공 숲으로 꾸몄다. 천연 잔디에 30여 그루의 실제 나무를 심었다.
업계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1년 넘게 이어지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치고 상처받았다”며 “더현대 서울은 쇼핑 공간이 이런 사회적 불안 요인을 치유할 수 있을지 가늠하는 거대한 실험장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더현대 서울 개장에서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에루샤’(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의 합성어)라 불리는 유명 명품 브랜드 없이 개장한다는 것이다. 이들 3대 명품의 입점을 백화점 흥행과 동일시하던 기존 ‘성공 방정식’을 깰 것이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명품업계 관계자는 “여의도는 대표적 오피스 상권으로 주말이면 유동 인구가 크게 줄어드는 곳”이라며 “3대 명품 브랜드 모두 아직까지 입점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백화점 측은 “아직 (명품 브랜드들의 입점에 대해) 확정된 게 없다”면서도 “루이비통 등 다수의 유명 명품 브랜드와 협의하고 있으며 판교점에서도 그랬듯이 명품 브랜드들도 곧 더현대 서울의 진가를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의도는 하루 평균 유동 인구가 30만 명에 달하고, 반경 3㎞ 이내에 약 144만 명이 사는 거대한 주거 지역으로 꼽힌다.
또 신안산선, 수도권광역급행철도 등 여의도를 관통하는 광역 교통망 구축이 예정돼 있다. “여의도라는 잠재적 거대 상권을 명품 브랜드들도 곧 인식하게 될 것”이라는 자신감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