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상생형 일자리' 뛰는데…대구·구미, 2년째 제자리걸음
입력
수정
지면A28
광주·밀양 등 이미 사업 추진전국에서 지방자치단체들이 상생형 일자리 사업을 추진 중인 가운데 대구·경북 지역 사업만 협약 후 1년7개월이 지나도록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구·구미, 아직 신청도 못해
"협약만 맺고 관리는 뒷전" 비판
市 "코로나로 사업 지연" 해명
23일 대구시와 경상북도, 경북 구미시에 따르면 2019년 1월 이후 광주시와 전북 군산시, 강원 횡성군, 대구시, 구미시 등 7개 지역이 기업과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 관련 협약을 맺었다. 상생형 일자리 사업은 지자체가 기업과 협약 후 고용(100명 이상)과 투자 조건(200억원 이상)을 갖춰 산업통상자원부에 신청해 선정되면 투자보조금, 세금 감면, 임대산단 제공 등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광주시와 경남 밀양시, 횡성군은 이미 사업이 선정돼 추진되고 있고, 군산시와 부산시는 정부에 신청을 마친 상태다. 하지만 대구시와 구미시는 신청도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시는 2019년 6월 금융 지원을 통한 노사 원·하청 상생 구현이라는 취지로 자동차부품업체인 이래AMS 및 대통령직속 경제사회위원회, 산업은행 등과 상생협약을 맺었다. 이래AMS 측은 크라이슬러 등으로부터 1조여원의 물량을 수주했지만 설비투자비를 마련하지 못했다며 협약 후 2258억원의 신디케이트론을 받기로 하고 일부 자금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당초 협약한 내용 가운데 신규 투자나 신규 일자리 1200명 창출이라는 조건이 충족되지 못해 대구시는 아직도 정부에 신청을 못한 상태다.
대구시 일자리노동정책과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당초 예정된 투자가 지연되고 신규 고용도 어려워져 신청 조건을 갖출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이래AMS를 통한 사업 추진은 사실상 힘들다고 보고 다른 자동차부품업체들과 새로운 협약을 추진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대구 시민들 사이에서는 “대구보다 늦게 협약한 지역에서도 상생 일자리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데 협약 후 사업 관리를 제대로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구미시도 2019년 7월 25일 LG화학과 5000억원 규모, 10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상생형 일자리 협약을 맺었으나 투자와 착공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김차병 구미시 일자리경제과장은 “LG화학이 당초 단독 투자하려던 계획을 합작 투자 등의 방법으로 검토하는 과정에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며 “이런 경우 사업 주체와 협약을 새로 해야 해 아직까지 신청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LG화학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등의 이유로 올해 말께 공장 착공을 계획하고 있다”며 “기존 목표대로 2023년 제품을 양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경상북도와 구미시 관계자는 “조만간 LG화학과 만나 구체적인 계획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