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은 이제 그만"…쿠바 공산정권 화나게 한 반체제 노래

쿠바 뮤지션들의 노래 '조국 그리고 삶' 화제 되자 대통령까지 비판
쿠바에서 체제를 비판하는 내용의 노래 한 곡이 인터넷상에서 화제를 모으자 대통령까지 나서서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22일(현지시간) CNN 스페인어판 등에 따르면 이 노래는 요투엘 로메로, 헨테 데 소나, 데세메르 부에노 등 여러 쿠바 출신 뮤지션들이 협업한 '파트리아 이 비다'(Patria y vida·조국 그리고 삶)이다.

지난 17일 유튜브에 공개돼 170만 회 이상 조회됐다.

뮤지션들은 이 노래 속에서 "거짓말은 이제 그만. 우리 국민은 자유를 원한다. 독트린도 이제 그만"이라고 외친다.

"이제 '조국 아니면 죽음' 대신에 '조국 그리고 삶'이라고 외치자"라고도 말한다.

"조국 아니면 죽음"(Patria o muerte)은 쿠바 공산혁명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1926∼2016)가 외친 구호다. 이 밖에도 가사는 쿠바가 겪는 식량난과 쿠바 정권의 반체제 예술가 탄압 등을 꼬집는 내용도 담고 있으며 뮤직비디오엔 시위 장면과 불타는 쿠바 국기 등의 이미지도 들어있다.

신랄한 비판을 담은 노래는 곧바로 쿠바 공산정권을 자극했다.

아벨 프리에토 전 문화장관은 현지 매체 프렌사라티나에 이 노래가 미국과 쿠바의 관계 개선을 방해하려는 이들의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쿠바 국영 방송들은 지난 18일 저녁 9시 방송을 멈추고 국가를 내보냈다고 BBC 스페인어판은 전했다.

쿠바 국가엔 "조국을 위해 죽는 것이 사는 것"이라는 가사가 들어있다.

이튿날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트위터에 "어젯밤 9시 많은 이들이 박수를 치며 '조국 아니면 죽음을'을 외치고 국가를 불렀다"며 "우리의 구호를 지우려는 이들이 있다"고 말했다.

공산당 기관지 그란마를 비롯한 쿠바 언론들도 '조국 그리고 삶' 노래를 맹비난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반면 뮤지션들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쿠바 안팎에서 쏟아졌다.

쿠바 반체제 예술가 단체인 '산이시드로 운동'을 이끄는 루이스 마누엘 오테로 알칸타라는 이 노래 가사가 "쿠바 안팎의 사람들을 울린다"고 말했다. 유튜브 영상에도 베네수엘라와 칠레, 멕시코, 파나마 등 중남미 각국 시청자들의 응원 메시지가 쏟아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