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남성 '잠수복 월남', 10번 포착에도 8번 놓쳤다

지난 16일 동해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지역에서 잡힌 북한 남성이 북한 해상에서 우리 지역으로 넘어올 때까지 우리측 군 해안 감시카메라·경계용 CCTV에 총 10회 포착됐지만 이 중 8회는 감시병이 인지하지 못해 어떤 조치도 취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주민의 귀순 사태가 벌어질 때마다 불거졌던 접경지역 군 경계 허점이 여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23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 남성이 잠수복과 오리발을 착용하고 남쪽 해상으로 이동한 지난 16일 오전 1시5분부터 1시38분까지 해안감시카메라 4대에 이 남성의 모습이 5회 포착됐다. 이 때 알람(팝업) 등 2회의 경고음이 발생했는데도 감시병이 인지하지 못해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 남성이 해안으로 상륙해 전방해안을 따라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울타리 경계용 CCTV에 추가로 5회 포착됐지만 감시병이 인지·식별한 것은 마지막 2회 뿐이었다. 민통소초 감시병이 이날 오전 4시16분께 CCTV를 통해 이 남성을 인지한 뒤 상부 보고가 이뤄져 작전 병력이 투입됐고, 군은 작전 개시 3시간여 뒤인 오전 7시27분께 이 남성의 신병을 확보했다. 합참 관계자는 "현재로선 이 남성이 귀순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세부 사항은 관계 기관의 신원 조사가 마무리돼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인으로 추정되는 북한 남성이 군의 경계·감시망을 사실상 무력화한 것이어서 군이 이번 경계 실패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이번 사태는 지난해 11월 이른바 ‘철책 귀순’, 2012년 ‘노크 귀순’과 마찬가지로 육군 22사단 관할 구역에서 일어났다. 해당 부대에 대한 대대적인 문책이 뒤따를 전망이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