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업계 반발 불구 대기업 진출 물꼬 트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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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진출 전제 상생안 마련에 초점정부가 완성차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물꼬를 트고 있다. 중고차 매매 업계의 반발에도 대기업 진출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대화 거부한 중고차 매매 업계…소비자는 '불신'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중고차 시장에 대기업 진출 허용을 추진하고 있다.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막을 명분이 마땅치 않고, 진출을 허용하지 않으면 기존 매매업 종사자들과의 상생안 마련도 어렵기 때문이다. 대기업 진출을 막았던 기존 시장이 소비자 피해만 늘렸다는 반발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문제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얼핏 보면 대기업이 중고시장까지 진출해 상생을 없애는 걸로 볼 수도 있지만, 상생협력을 한다면 오히려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저희(국토부)도 소상공인 보호라든지 소비적 편의 원칙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다"며 소상공인 보호 원칙을 감안하더라도 대기업의 진출이 필요한 시장이라는 견해를 드러냈다.중고차 매매업은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의 진출과 확장이 제한됐지만, 2019년 2월 보호 기간이 만료되며 대기업 진출을 막던 장벽이 허물어졌다. 중고차 매매 업계는 대기업 진출을 막기 위한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요청했고, 현대차도 이에 맞서 지난해 10월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중기부에 중고차 매매 시장은 생계형 적합 업종 지정에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냈다. 주무부처인 중기부는 1년 넘게 판단을 미루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기부가 중고차 시장에 대해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심의위원회가 동반성장위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다는 시각에서다.
박영선 전 중기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저희가 동반위의 의견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박종찬 중기부 상생협력정책관도 지난해 12월 국회 공청회에서 “중고차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은 미국·EU 등과 통상 마찰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중기부가 대안으로 선택한 것이 상생 협약이다. 완성차 업계에 중고차 시장 진출을 허용하는 대신 기존 종사자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범위를 제한하겠다는 것이다.이달 임명장을 받은 권칠승 중기부 장관도 후보자 시기 "중고차 매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될 수 있을지 예단하기 힘들다"며 "(대기업과 소상공인의) 강약 문제로만 자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해당사자들의 협약을 통해 상생의 방식을 중재하는 게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정부 움직임에 매매 업계는 대화마저 거부하며 반대 의사를 표출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방식이 매매 업계의 자충수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정부와 여당은 지난 17일 중고차상생협력위원회 발족식을 계획했지만, 하루 전 매매 업계가 불참을 선언하며 무산됐다. 더불어민주당 내 을지로위원회가 추진한 중고차상생협력위원회는 완성차 업계, 매매 업계, 국토교통부, 중소벤처기업부 등이 참여해 상생안을 도출하는 창구가 될 예정이었다. 매매 업계는 상생협력위원회라는 명칭 자체가 완성차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전제로 한 만큼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상생을 논의하기 이전에 완성차 대기업의 시장 진출부터 막아야 한다는 논리다.
다만 법적으로 완성차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막기는 불가능하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이 만료된 만큼 현대차 등이 당장 시장에 진출해도 저지할 근거가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상생안을 지속적으로 언급하는 것도 대기업 진출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라며 "중고차 매매 업계가 스스로 대화 기회를 마다하면서 상생을 요구하기도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소비자 사이에서도 중고차 업계를 신뢰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자동차10년타기시민운동연합은 "중고차 시장은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6년간 보호를 받았지만, 소비자 불신과 피해만 증가시켰다"며 "소비자 관점에서 매매 업계의 자정 노력과 불신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믿을 수 없는 매매 업계에 또 기회를 주고 소비자 피해를 방치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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