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경, 시위대·자경단 사망 '수사 거부, 사건 조작'

"시위대가 경찰을 공격했다.

경찰의 탄환과 다르다" 주장 미얀마 군경이 쿠데타 불복종 운동에 참여하는 시위대와 자경단에 총격을 가해 최소 4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에 대해 수사를 거부하거나 사건 조작을 시도해 논란이 예상된다.

국내외에서 유혈 진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국제사회의 제재 압력이 거세지자 책임을 시위대에 돌리려는 것으로 보인다.

23일 이라와디 등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지난 9일 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30대 자경단 한 명이 경찰이 쏜 것으로 추정되는 실탄에 머리를 맞고 숨졌다.
목격자들은 당시 자경단과 군부 지지자들 간에 충돌이 있었고 세관 차량을 탄 경찰관 3명과 무장한 군인 2명이 현장에 도착한 뒤 3차례 총성이 들렸다고 이라와디에 밝혔다.

이 때문에 자경단 한 명이 희생됐고, 세관 차량이 양곤 외곽에 있는 경찰서로 들어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러나 경찰은 유족의 수사 요구에 "야간 통행금지 시간에 사건이 발생했고, 자경단이 차량을 막대기와 칼로 공격했기 때문에 어느 쪽도 비난받아서는 안 된다"면서 수사를 거부했다고 유족 측이 밝혔다. 양곤 등 주요 도시에서는 군경이 야간을 이용해 불복종 운동에 참여하는 인사들을 납치하는 사례가 빈발한 데다 군부가 극우 승려를 포함해 죄수 2만3천여 명을 전격 사면하자 주민들이 자경단을 구성해 적극 대응하고 있다.
지난 9일 수도 네피도에서 먀 뚜웨 뚜웨 카인(20·여)이 시위 도중 경찰 실탄에 머리를 맞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19일 운명한 사건에 대한 군부의 반응도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다.

국영 신문은 지난 21일 "부검 결과 카인의 머리에서 납 조각이 발견됐고, 이는 경찰이 쓰는 탄환과 다르다"면서 "일부 다른 외부 세력이 사용한 무기에 희생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주말인 지난 20일 제2 도시 만달레이에서 군경이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적으로 실탄 등을 발포해 10대 소년을 포함해 최소 2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부상한 사건에 대한 군부의 반응은 지나칠 정도로 냉담하다.
국영 신문은 "만달레이에서 경찰이 적법하게 시위대를 해산시키려고 했는데 폭도들이 발사체로 경찰을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군경의 실탄 발사로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얘기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군정을 이끄는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국영 매체를 통해 "사람의 목숨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면서 "그래서 군이 상황을 조심스럽게 통제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라와디는 지난 20일에도 양곤에서 불복종 운동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폭력으로 시민 6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4명은 도로에서 차량 2대에 치여 숨졌고, 한 사람은 주택가에서 참수된 채 발견됐다고 전했다. 또 미얀마 남부 카렌주에서 어린이 2명이 방화로 목숨을 잃었고, 소수민족인 친족 주민 한 명은 군용 트럭과 관련한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 등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지난 1일 이후 12명이 희생됐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