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주변시세 90% 반영"…공급 늘고 청약 경쟁률 하락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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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수익성 올라가면 물량↑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신규 아파트 분양가를 시세의 최고 90%까지 책정하는 내용의 ‘고분양가 심사제도 개선안’을 지난 22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분양가 현실화로 예비 청약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건설사의 수익성이 올라가면서 분양 물량이 대폭 늘 수 있지만 주변 아파트 값과 비교한 분양가격이 대폭 오르는 점이 청약자들에게는 부담 요인이다. 부동산 전문가는 청약 경쟁률 하락으로 무순위 청약인 ‘줍줍’ 물량이 발생하는 등 분양권 취득이 쉬워질 수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아파트 청약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분양가 대폭 오르는 건 부담
'당첨=로또' 공식 깨지면
실수요자엔 되레 기회될 수도
분양가 책정, 주변 시세 90%까지 반영
HUG는 ‘고분양가 심사제도 개선안’을 통해 새 아파트의 분양가를 산정할 때 △주변 시세의 85~90%를 상한으로 고려 △입지와 단지 특성에 따라 비교 사업장 선정 △분양가 심사 기준 공개 등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부 수도권과 부산, 대구 등 지방광역시와 같은 조정대상지역이 HUG의 고분양가 심사 대상이다. 서울 일부 자치구와 경기 과천, 광명, 하남 등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은 제외한다.당초 HUG는 시세에 대한 고려 없이 비교 사업장과의 차이만으로 분양가격을 책정했다. HUG는 반경 2㎞ 이내에서 1년 이내 분양단지, 1년 이후 분양단지, 10년 이내 준공단지 순으로 비교 사업장을 찾았다. 마땅한 단지가 없으면 탐색 범위를 1㎞씩 넓혀 나가는 방식이었다. 이 때문에 신규 분양 단지가 없던 서울 강남구 삼성동보다 서초구 서초동이나 방배동의 분양가격이 높아지는 분양가 역전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이번 개선안으로 일부 수도권과 지방광역시의 분양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정보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다음달부터 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 등 지방 5대 광역시에서 아파트 2만2948여 가구가 공급된다. 부산에서 총 9개 단지, 7618가구가 공급돼 가장 많다. 이 중 일반 분양 물량은 3867가구다. 대구에는 총 11개 단지, 7436가구가 들어선다. 울산은 2016가구(2개 단지), 광주는 3667가구(11개 단지), 대전은 2211가구(3개 단지)가 각각 공급을 준비 중이다.
HUG의 고분양가 심사제도 개선안의 첫 적용 단지는 대구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대구 남구 ‘힐스테이트 대명 센트럴’이 HUG의 고분양가 심사제도 개선 전 마지막 단지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명동 221의 1 일원에 들어서는 이 단지는 지하 4층~최고 49층, 5개 동 규모다. 861가구(전용 84~150㎡)가 모두 일반 분양된다.
공급 물량 늘고 청약 경쟁률 하락하나
부동산 전문가는 HUG가 고분양가 산정 방식을 바꿔 분양가격이 상승하면 청약 경쟁률은 다소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분양가격이 주변 시세와 비슷해지면 청약 당첨은 곧 ‘로또’가 되는 공식이 깨질 가능성이 높아서다.예컨대 서울 은평구 녹번동은 분양가 상한제가 아니라 HUG의 고분양가 산정 방식의 통제를 받는다. 녹번동 ‘힐스테이트 녹번’ 전용 84㎡의 시세는 13억원 수준이다. 건설사가 이곳에서 분양하면 시세의 최고 90% 수준인 11억7000만원까지 분양가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분양가격이 9억원을 넘어 중도금 대출도 나오지 않아 현금 유동성이 풍부한 예비 청약자만 당첨을 노릴 수 있어 경쟁률이 낮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일부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에서는 서울보다 분양가격이 높아지는 분양가 역전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분양 물량이 늘어나는 점도 청약 경쟁률 하락의 또 다른 이유다. 분양가격이 높아지면 조합 및 개발업체의 수익성이 높아져 분양을 서두를 수 있다. 한 건설회사 관계자는 “자체 분양 사업인 경우 분양가격이 오르는 만큼 건설사의 수익이 늘어난다”며 “가능하면 더 많이 공급하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분양가 산정 기준을 공개해 예측 가능성을 높인 데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분양소장은 “HUG는 어느 단지를 비교로 삼는지 가르쳐주지 않아 사업의 불확실성이 컸다”며 “이제는 분양가격을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고 예측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청약을 노리는 수요자로서는 높아진 분양가격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도권과 지방에서 공급 물량이 늘어나는 것은 이점”이라면서도 “실수요자를 위한 대출 완화 정책 등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