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 EU에 백신 공급 계약 절반도 못 지킬 것"

로이터통신 보도
백신 보급률 느려지면 경제회복 차질 우려도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유럽연합(EU)에 계약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공급량을 절반도 못 지킬 전망이라고 로이터통신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U 내 백신보급률과 경제 활동 재가동률이 예상보다 상당히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EU 관리를 인용해 "아스트라제네카는 당초 올 1분기 동안 EU에 코로나19 백신을 9000만회분 공급할 계획이었으나, 실제 인도량은 목표량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4000만회분으로 예정됐다"이라고 보도했다. 2분기에도 백신 공급량이 계약분의 절반 가량에 그칠 전망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2분기 EU 각국에 총 1억8000만회분 백신을 전달한다는 내용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반면 아스트라제네카와 EU간 협상에 직접 관여하고 있다는 한 EU 관리는 "아스트라제네카가 내부 회의에서 EU에 올 2분기 백신 9000만회분 이하를 전달할 것이라고 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작년 말엔 EU에 코로나19 백신 3000만회분을 공급할 예정이었으나 계획이 아예 무산됐다. 백신 승인을 제때 받지 못해서다.

이를 모두 계산해보면 오는 6월말까지 EU에 코로나19 백신 총 3억회분을 공급하겠다던 아스트라제네카의 작년 말 목표 대비 EU에 대한 실제 백신 공급량은 43.3%에 불과하게 된다. 로이터통신은 독일 보건부 문서 등을 인용해 아스트라제네카가 공급 목표량 3억회분을 채우려면 9월까지는 기다려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각 제약사들은 복잡한 생산과정, 제한된 생산설비, 성분 공급 병목현상 등으로 인해 코로나19 백신 공급 차질을 겪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제약사인 화이자와 독일의 바이오앤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미국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도 공급이 지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백신 공급이 기존 예상을 크게 밑돌면서 유럽 각국 경제활동 재가동 계획에도 차질이 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U는 당초 올 여름까지 성인 인구의 70%가량에 대해 백신을 접종할 계획이었지만 백신을 제때 공급받지 못하게 되면서 이를 현실화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졌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분석에 따르면 고위험군 위주로 인구의 20% 가량이 백신접종을 한 경우 코로나19 치명률이 낮아진다. 공중보건 체계에 부담이 상당히 줄어들기 위해선 성인 인구의 약 50%가 접종을 완료해야 한다.
올 3분기에 백신 생산량이 크게 늘기도 어렵다는 지적이다. EU 관계자는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미 백신 납품 예상치를 여러번 바꿨다"며 "이미 공급 부족분이 커지고 있는 와중에 생산량을 3분기에 크게 늘릴 것이라고 보는 것도 현실성이 떨어지는 일"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