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디자인으로 도시 품격 높이려는 강릉시…시작부터 '삐걱'

구속력 없어 한계…첫 공공 디자인 협의 대상인 구내식당 창고처럼 지어

강원 강릉시가 도시 품격을 높이기 위해 공공 디자인 진흥 방안까지 추진하고 있으나 구속력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4일 강릉시에 따르면 관광도시로서 특색있고 일관된 공공 디자인 정책이 시급하다고 보고 도시 환경과 생활 편의를 개선하면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3월부터 공공 디자인의 비전과 목표, 추진 전략과 과제, 가이드라인을 본격적으로 수립할 계획이다.

시는 시민의 의견을 청취하고 공공 디자인진흥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 공공 디자인 진흥계획을 완성할 방침이다. 앞서 강릉시는 지난해 도시 경관 향상 등을 위해 외부 전문가를 공공 디자인 정책관으로 선임했다.

공공 디자인 정책관은 시가 추진하는 공공 시설물과 용품, 시각 이미지 등에 대한 디자인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와 함께 디자인이 수반되는 발주 사업의 기획·설계부터 시행까지 사업 전반에 대한 총괄 조정과 자문 역할도 한다는 게 강릉시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공공 디자인 정책은 강릉시 건물에는 첫 단계부터 적용되지 못했다.

공공 디자인과 관련된 조례나 법령이 따로 없다 보니 사업 부서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강릉시청 18층에 있던 구내식당을 청사 밖으로 옮기면서 신축한 건물은 이용하는 공무원들 사이에서 '함바'(건설 현장 간이 식당)나 창고 같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외부 민간 전문인이 참여하는 공공 디자인 첫 사전협의 대상이었던 강릉시청 구내식당은 공공 디자인을 추진하는 부서의 의견이 반영된 게 아니라 돈줄을 쥔 부서의 의도대로 지어졌다.

강릉시의 한 공무원은 "구내식당을 야외로 옮겨 신축한다고 해 기대가 컸는데 막상 지어진 건물을 보니 함바 같아 안타까웠다"면서 "좀 더 미관과 기능을 살렸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고 지적했다.

구내식당 신축을 추진한 부서는 공공 디자인 협의 대상이기는 했지만 강제 조항이 아니어서 비용 측면에서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외부인들이 구내식당으로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는 게 시급했고, 사업비 10억원 미만에서 구내식당을 짓다 보니 공공 디자인을 고려할 처지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강릉시 관계자는 "공공 디자인 협의 대상이기는 하지만 관련 부서가 생겼으니까 그냥 의견을 물어봤을 뿐"이라며 "조례나 법령 등의 구속력이 있었으면 디자인에 신경 쓰고 더 잘 구내식당을 지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