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경영권 분쟁은…장남 대표이사 사임에도 '불씨' 여전

조현식 대표 "분쟁 논란의 고리 끊는 것"…부회장·이사회 의장은 유지할 듯
한국앤컴퍼니(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새 이름) 경영권을 두고 벌어진 한국타이어가(家)의 형제간 분쟁의 '불씨'가 장남의 대표이사 사임 발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꺼지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회장의 장남인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대표이사는 24일 이한상 고려대 교수의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절차를 마치고 대표이사에서 사임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차남 조현범 사장이 시간외 대량매매로 아버지 조 회장의 몫 23.59%를 모두 인수해 그룹 지분 42.90%로 최대 주주에 올라서면서 형제간 경영권 분쟁은 시작됐다.

기존에는 조 대표가 19.32%, 조 사장이 19.31%의 지분율로 사실상 형제 경영을 이어왔지만, 조 사장의 지분 확보로 상황이 바뀌었다. 아울러 조 회장의 큰딸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지난해 서울가정법원에 조 회장에 대해 한정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하면서 형제·남매간의 분쟁은 격화한 상태다.

조 대표의 사임 이후 한국앤컴퍼니의 전반적인 경영은 조 사장이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조 사장은 지난해 11월 한국앤컴퍼니의 각자 대표이사를 맡아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했다. 조 대표의 사임 발표로 경영권 분쟁이 외형적으로 조 사장의 '승리'로 일단락된 것처럼 보인다.

조 대표도 이날 "경영권 분쟁 논란의 고리를 근본적으로 끊어내고자 사임 의사를 밝힌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조 대표가 부회장과 이사회 의장직을 유지하면서 여전히 갈등의 씨앗은 남아있다고 업계에서는 분석한다. 이미 최대 주주로 올라선 조 사장과 비교해 사내 영향력이 떨어졌던 조 대표가 당장 대표이사에서 물러나지만, 추후 경영권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조 대표는 이날 대표이사 사임을 예고하면서 부회장직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최근 불거진 경영진 논란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고만 밝혔다.

조 회장에 대한 한정후견 개시 심판이 진행 중인 점도 변수로 남아있다.

법원에서 성년 후견을 받아들인다면 조 사장이 아버지인 조 회장으로부터 확보한 지분을 무효화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기 때문에 경영권 분쟁이 다시 점화될 수 있다.

한정후견 효력이 과거 결정에 소급되지는 않지만, 별도의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특히 조 대표가 사임의 '조건'으로 건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조 회장 측은 이 교수를 회계 투명성과 기업가치의 전문가라며 적임자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향후 경영권 분쟁 발생 때 영향력을 잃지 않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러한 해석에 조 대표 측과 이 교수는 경영권 분쟁을 이어가기 위한 선임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교수는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조 대표를 돕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절대 아니다.

조 대표도 그런 의미로 이러한 제안을 하지 않았고, 그런 제안이었다면 고려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교수는 "조 대표는 최근에 문제가 된 경영권 분쟁 상황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곱지 않은 시선 자체를 매우 부담스러워하는 분"이라며 "회사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는 이사회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생각하고 저의 독립성을 평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대표 측은 향후 경영 참여 계획을 묻는 연합뉴스 질의에 "대주주로서 회사의 발전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조 대표 측은 "25일 이사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를 통해 이 교수의 사외이사 안건을 채택하고, 3월말 주주총회를 통해 선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