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급등·취업난·코로나까지 '험난한 현실'…애 낳을 생각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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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5
'인구 데드크로스' 왜…
지원금만 늘려선 해법 못찾아
저출산·고령화 대책 다시 세워야
통계청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인구 자연증감은 -3만2700명을 기록했다. 출생아 수가 27만2400명에 그친 가운데 사망자 수는 30만5100명으로 치솟았다. 데드크로스는 2017년부터 예견됐다. 그해 자연증가 인구는 처음으로 10만 명을 밑돌았다. 이 흐름이 계속되면서 지난해 처음으로 자연감소가 발생한 것이다.출생 감소 배경에는 청년들의 팍팍한 현실이 자리잡고 있다. 취업난과 집값 폭등 때문에 결혼과 출산을 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2015년 이후 청년 실업률은 9%대를 넘나들고 있다. 2016년과 2017년 9.8%에서 2019년 8.9%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다시 9.0%로 높아졌다. 고용률은 2019년 43.5%에서 지난해 42.2%로 하락했다. 지난해 청년층 취업자 수는 376만3000명으로 고령층(60세 이상) 취업자 수 507만6000명의 74.1%에 그쳤다.
서울의 아파트 중위가격은 지난해 8억6223만원으로 2015년에 비해 68.0% 급등했다. 증여를 받지 않고서는 서울에 집을 마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게 청년들의 생각이다. 취업과 주거 안정에 실패한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이 폭등한 것이 저출산에 절대적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사망자 증가는 고령화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사망률이 높은 고령 인구가 많아지면서 발생한 자연스러운 결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사망자 수 증가율은 4%대 이하로 점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는 출생아와 사망자 간 간극을 더 크게 벌려놨다. 고령층은 코로나19로 인한 사망 위협에 노출되고, 청년층은 코로나 불확실성으로 인한 출산 포기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작년까지의 통계에선 이 같은 점이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통계청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유의미한 사망자 증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최악의 ‘인구절벽’이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한 후에 나왔다는 것이다. 정부는 저출산 극복을 위해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225조원을 쏟아부었다. 지난해 저출산 대응 예산은 40조2000억원으로 2006년(2조1000억원) 대비 20배나 늘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처음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