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표대결' 가는 한국앤컴퍼니 경영권 분쟁

조현식 "이한상 감사위원 선임되면
대표직 사임하겠다"

'이한상 감사위원' 선임 거부에
조현식, 주주제안으로 방향 전환

조현범측 사실상 반대 의사
대주주 의결권 3%씩만 행사로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권 쥘 듯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가 3월 주주총회에서 형제간 ‘표대결’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남인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부회장이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 교수를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제안하는 주주서한을 공개했다. 하지만 동생인 조현범 사장은 이 안건에 반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조양래 회장이 보유 지분 전체를 차남에게 몰아주면서 한국앤컴퍼니는 ‘조현범 사장 체제’를 굳혔다. 조현식 부회장은 감사위원을 선임, 전횡을 견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표이사’직 걸고 주주서한

조현식 부회장은 24일 이 교수를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제안하는 주주서한을 공개했다. 이미 이달 초 한국앤컴퍼니 이사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이교수 선임 안건을 전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주주제안을 선택했다. 이 교수는 회계투명성 및 기업가치 전문가다. 여러 기업의 사외이사로 참여해 해당 기업의 지배구조 평가를 C등급에서 2년 연속 A등급으로 올리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최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 초빙돼 거버넌스의 방향에 대해 조언했다.

조현식 부회장은 이번 주주제안에 대표이사직도 걸었다. 그는 서한에서 “이 교수를 사외이사이자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모시는 것으로 대표이사로서 마지막 소임을 다하고 사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조 부회장의 이 같은 결정은 동생(조현범 사장)에게 경영을 맡기고 퇴진하더라도 이 교수로 하여금 경영을 제대로 감시하도록 하는 게 기업과 주주에 이득이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재 한국앤컴퍼니는 조현식·조현범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활용

조현식 부회장이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 선임을 위한 주주제안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상법이 개정된 덕분이다. 기존에는 이사회가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2단계에 걸쳐 진행됐다. 사외이사를 먼저 선임하고, 사외이사 중에서 감사위원을 선임했다. 현 경영진과 가까운 사외이사를 뽑은 뒤 그중에서 감사위원을 선임하다 보니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해 개정된 상법개정안에 ‘감사위원 분리선출제’가 포함된 배경이다.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 1인을 다른 이사와 안건을 분리해 선임하도록 한 것이다.

핵심은 이때 모든 주주의 의결권이 최대 3%로 제한된다는 점이다. 대주주 입맛에 맞는 감사위원이 선임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한 장치다.

한국앤컴퍼니 지분은 △조현범 사장(42.90%) △조현식 부회장(19.32%) △차녀 조희원 씨(10.82%) △국민연금(5.21%) 등이 나눠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0.83%) 등 나머지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모두 합쳐도 1% 미만이다. 개정 상법에 따라 주요 주주들의 의결권을 각각 3%로 제한하면 조현범 사장, 조현식 부회장, 조희원 씨, 국민연금의 의결권은 각각 3%로 동등해진다. 조희원 씨가 ‘중립’을 내세운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를 쥐게 되는 것이다.

캐스팅보트 쥔 국민연금

한국앤컴퍼니 측은 이 교수 선임 안건에 대한 조현범 사장의 의사는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현식 부회장 측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이 안건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영권을 장악한 조현범 사장 측은 이 교수가 감사로 선임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어 사실상 반대 뜻을 전한 것으로 조 부회장 측은 해석하고 있다. 이 교수도 “다음달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이 교수에 대한 찬반 표대결이 이뤄지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감사위원으로 선임될 경우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조현식 부회장의 대리인으로 조 대표를 돕게 되는 것이냐는 우려에 대해선 “절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모든 이사진을 현 경영진과 관련된 사외이사로 꾸리는 것보다는 감사위원 분리선임 제도가 생겼으니 이를 활용해 소수 주주의 이익도 공평무사하게 대변할 사람을 찾은 것이고, 이런 취지에 동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