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월가 카산드라'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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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카산드라는 트로이의 마지막 왕 프리아모스의 딸이다. 태양신 아폴론이 환심을 사기 위해 예언능력을 주고 구애했다. 그런데도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자 아폴론은 아무도 그의 예언을 믿지 않도록 저주를 걸었다. 카산드라는 트로이 멸망의 단초를 제공한 파리스가 태어났을 때도, 그리스군이 목마를 두고 사라졌을 때도 위험을 경고했지만 아무도 듣지 않았다.
이런 ‘카산드라’를 트위터 별칭으로 쓰는 미국 월가의 투자 고수가 있다. 영화 ‘빅쇼트’에서 크리스천 베일이 연기한 실제 인물인 마이클 버리 사이언자산운용 창업자다. 버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미국 주택시장 붕괴를 예견해 ‘대박’을 쳐 유명해졌다.그런 버리가 요즘 연일 증시 ‘거품’ 붕괴 가능성을 경고해 눈길을 끈다. 지난 22일 “증시가 칼날 위에서 춤추고 있다”고 우려한 데 이어, 다음날엔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 인플레이션 위험성을 경고한 1980년 연례 주주서한을 트위터에 공유했다. 전 세계 자본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팬덤을 보유한 테슬라와 국내 개미들이 ‘돈 언니’라고 부르는 캐시 우드의 운용사 아크인베스트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버리는 “테슬라가 올해 90% 폭락해도 증시는 붕괴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아크에 대해선 “게리 필그림(닷컴버블 붕괴로 몰락한 1990년대 유명 펀드매니저)으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월가의 고수들이 모두 버리처럼 생각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가뜩이나 인플레 우려로 증시가 불안한 마당에 소위 ‘역(逆)베팅의 귀재’가 확신에 차 목소리를 높이니, 무게감이 만만치 않다. 마침 미국에선 테슬라와 이 종목 투자비중이 높은 아크의 ‘이노베이션 상장지수펀드(ETF)’가 급락하고, 한국도 어제 코스피지수 3000선이 무너졌다.
증시가 버리의 예측대로 흘러갈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미 중앙은행(Fed)이 아무리 떠받쳐도 실물경제 뒷받침이 없는 거품은 터진다는 점과 우드도 신(神)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지금은 쏠림이 심할 때 남들보다 먼저 변화를 감지하는 ‘증시 카산드라들’의 경고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투자 귀재’ 버핏이 작년 4분기에 기술주(애플)를 팔고 대거 사들인 종목이 조정장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 통신주(버라이즌)와 에너지주(셰브런)였다는 점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송종현 논설위원 scream@hankyung.com
이런 ‘카산드라’를 트위터 별칭으로 쓰는 미국 월가의 투자 고수가 있다. 영화 ‘빅쇼트’에서 크리스천 베일이 연기한 실제 인물인 마이클 버리 사이언자산운용 창업자다. 버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미국 주택시장 붕괴를 예견해 ‘대박’을 쳐 유명해졌다.그런 버리가 요즘 연일 증시 ‘거품’ 붕괴 가능성을 경고해 눈길을 끈다. 지난 22일 “증시가 칼날 위에서 춤추고 있다”고 우려한 데 이어, 다음날엔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 인플레이션 위험성을 경고한 1980년 연례 주주서한을 트위터에 공유했다. 전 세계 자본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팬덤을 보유한 테슬라와 국내 개미들이 ‘돈 언니’라고 부르는 캐시 우드의 운용사 아크인베스트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버리는 “테슬라가 올해 90% 폭락해도 증시는 붕괴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아크에 대해선 “게리 필그림(닷컴버블 붕괴로 몰락한 1990년대 유명 펀드매니저)으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월가의 고수들이 모두 버리처럼 생각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가뜩이나 인플레 우려로 증시가 불안한 마당에 소위 ‘역(逆)베팅의 귀재’가 확신에 차 목소리를 높이니, 무게감이 만만치 않다. 마침 미국에선 테슬라와 이 종목 투자비중이 높은 아크의 ‘이노베이션 상장지수펀드(ETF)’가 급락하고, 한국도 어제 코스피지수 3000선이 무너졌다.
증시가 버리의 예측대로 흘러갈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미 중앙은행(Fed)이 아무리 떠받쳐도 실물경제 뒷받침이 없는 거품은 터진다는 점과 우드도 신(神)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지금은 쏠림이 심할 때 남들보다 먼저 변화를 감지하는 ‘증시 카산드라들’의 경고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투자 귀재’ 버핏이 작년 4분기에 기술주(애플)를 팔고 대거 사들인 종목이 조정장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 통신주(버라이즌)와 에너지주(셰브런)였다는 점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송종현 논설위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