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졸업 특수 실종…진천 장미농가들 "이 악물고 버티는 중"

코로나19로 매출 절반 줄어…최대 성수기 졸업 시즌도 30% 감소
농협·지자체 꽃 소비촉진운동에 수요 증가…농가들 "희망 보여" 기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큰 타격을 받은 충북 최대 규모의 진천 화훼농가들이 시름에 잠겨 있다.
작년부터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 각종 축제와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꽃 수요가 급감하는 바람에 매출이 크게 줄었다.

잠시 주춤했던 코로나19가 다시 번지면서 연중 최대 성수기인 입학·졸업식 특수마저 사라졌다.

대부분 학교가 입학식과 졸업식을 온라인으로 대체하면서 꽃 수요는 기대했던 것만큼 회복되지 않았다. 진천 백곡·이월·덕산면에서 장미를 생산하는 25개 농가는 "언제 끝날지 모를 불황을 감내하며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는 중"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 농가는 그동안 10㏊의 시설하우스에서 연간 135만여 송이의 장미를 출하해 5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지난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며 매출이 급감했다. 13개 농가로 구성된 진천 꽃수출영농조합법인 관계자는 "작년 서울 양재동 경매시장에서 유찰돼 아예 거래가 안 된 물량이 20∼30%에 달했다"며 "예년에 3.3㎡당 연간 12만∼13만원의 소득을 올렸는데 작년엔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화훼시장 최대 성수기는 크리스마스부터 졸업 시즌까지"라며 "기대가 컸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로 크리스마스 모임이 사라지고 입학, 졸업식이 취소되면서 매출이 예년보다 30∼40%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대규모 시설하우스를 운영하는 화훼농가들은 대부분 수억원씩 대출받아 시설 투자를 했다.
이자 부담이 만만치 않아 매출이 급감하면서 견디기 어려운 경제적 어려움에 내몰렸다.

결국 지난해 10∼11월 3개 농가가 눈물을 머금으며 문을 닫았고 5개 농가는 토마토나 오이로 작목을 전환했다.

한때 80개 농가에 달했던 진천의 장미 농가는 값이 저렴한 동남아산과 수명이 긴 콜롬비아산 장미가 수입된 데다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판로가 줄면서 줄줄이 전업하고 25개 농가만 남았다.

농민들은 농협과 지방자치단체들을 중심으로 화훼농가 돕기 운동이 펼쳐지면서 꽃 수요가 살아나는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

농협중앙회 충북지역본부는 지난달부터 청주시 상당구 방서동 하나로마트에 꽃 판매 특별매장 운영에 나섰다.

충북도도 지난 19일 도청에서 화훼 직거래 장터를 열었다.

충북도와 진천군, 음성군, 괴산군 등 지자체들은 사무실 책상마다 꽃을 두자는 '원 테이블 원 플라워' 운동도 펴고 있다. 진천 꽃수출 영농조합법인 관계자는 "각계가 벌이는 꽃 소매 촉진운동 덕에 최근 수요가 조금씩 살아나 희망이 생겼다"며 "코로나19가 조속히 종속돼 화훼농가들이 꽃처럼 활짝 웃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