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배터리 팔고 가치주로 포트폴리오 재편하는 연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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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순매도 규모는 갈수록 줄여연기금 증시 포트폴리오가 가치주로 바뀌고 있다. 그동안 상승세가 두드러졌던 반도체, 비대면, 배터리 등을 팔고 경기순환·중후장대 등으로 바구니를 채우고 있다. 주식 비중 한도에 맞추기 위해 증시 순매도를 지속하고 있지만 매도세는 최근으로 올수록 약해지는 추세다. 일부에서는 연기금의 줄매도 행진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관측도 나온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월초부터 이날까지 에쓰오일을 1228억원어치 사들였다. 이 기간 연기금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이다. 이어 롯데케미칼(980억원), KT(592억원), LG디스플레이(522억원) 등도 많이 순매수했다. 코덱스 200 상장지수펀드(ETF)도 616억원어치 사들여 코스피지수 추가 상승에 베팅했다.반면 많이 판 종목은 삼성전자(1조4709억원), 네이버(4344억원), LG화학(4058억원) 등이었다. 반도체, 비대면, 배터리 등 분야에서 최근까지 증시를 달군 종목들이다. 순매수 상위 1~3위 종목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8.2~19.0배 수준으로, 순매도 3위권(15.4~38.3배)에 비해 낮다. 가치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는 것이다.
연기금의 매도세가 점점 약해지는 것도 최근 추세다. 연기금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33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오전에는 순매수와 함께 장을 시작했고 한 때 1500억원까지 순매수 규모를 키우기도 했지만 오후 3시께 매도로 전환됐다. 다만 연기금이 순매도하는 양은 추세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1월 둘째주에는 일평균 5113억원어치를 순매도했으나 2월 넷째주(22~25일)에는 1589억원으로 훨씬 작아졌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누군가는 일방적으로 팔고, 누군가는 사는 흐름이 계속돼서는 증시가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며 “연기금의 매도세가 줄어든 건 그런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전날 코스피지수가 많이 하락했고 그 결과 주식 비중을 줄여야할 필요성이 작아져 약 300억원 순매도에 그쳤을 것”이라며 “줄매도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연기금은 평소 국내 주식 비중을 목표치보다 2% 정도 초과하는 모습을 보여왔다”며 “올해도 이같은 모습이 이어진다면 목표치(16.8%)를 초과해 19% 정도까지는 보유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연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은 약 20%로 추정된다”며 “19%에 근접했기 때문에 점차 매도 규모를 줄일 가능성이 있다”고 대나봤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